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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코드 가게 '부활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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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코드 가게 '부활의 노래'

입력
2014.05.1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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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생겨난 레코드 가게들은 작지만 강하다. 대여섯 명만 들어서도 꽉 차는 작은 가게지만 김밥레코즈는 음반 판매뿐 아니라 음반 발매와 공연 기획을 겸하고 있다. /김밥레코즈 제공
최근 생겨난 레코드 가게들은 작지만 강하다. 대여섯 명만 들어서도 꽉 차는 작은 가게지만 김밥레코즈는 음반 판매뿐 아니라 음반 발매와 공연 기획을 겸하고 있다. /김밥레코즈 제공

“학교가 파하면 동네 레코드 가게에 들러 난생 처음 보는 외국 밴드와 로컬 밴드들의 음악을 듣곤 했습니다. 아무 정보도 없이 재킷 커버만 보고 샀다가 결국 그 앨범을 아주 좋아하게 되는 일도 많았죠. 이런 작은 음반 가게들은 구하기 힘든 희귀 음반이나 어디 가도 살 수 없는 수입 음반을 찾아주기도 해요. 그런 가게들이 사라진다면 로큰롤 정신도 사라질 겁니다.”

영국 작가 닉 혼비는 레코드 가게야말로 로큰롤 정신이 살아 있는 공간으로 여겼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낯선 음악과 만날 수 있는 곳. 불특정 다수의 취향을 고려한 음반 가게가 아닌 주인의 식견과 취향이 뚜렷한 레코드 가게. 영화로도 만들어진 혼비의 히트작 하이 피델리티의 공간 ‘챔피언십 바이닐’ 같은 곳 말이다.

음악의 전달 매체가 디지털 데이터로 바뀌면서 레코드 가게는 80~90년대를 상징하는 추억의 공간으로 바뀐 지 오래다. 음반을 파는 상점이 서울 시내 곳곳에 남아 있긴 하지만 국내외 K팝 팬들을 대상으로 하거나 중고 바이닐 레코드(LP)를 파는 곳이 대부분이다. 신촌 향레코드, 홍대 인근 퍼플레코드와 메타복스처럼 ‘취향’을 고수하면서 10년 넘게 버티고 있는 중소 규모 레코드 가게는 극소수다.

멸종할 것만 같던 레코드 가게가 최근 다시 살아나고 있다. 추억이 아니라 현재의 음악을 팔고 개성과 취향이 뚜렷한 소규모 매장에 공연 기획 등을 겸하는 멀티 플레이어들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지난해 서울 동교동 골목길에 문을 연 김밥레코즈는 닉 혼비가 말한 동네 레코드 가게의 전형이다. 영미권 인디 팝이나 인디 록 장르에 있어선 국내 최강이라 할 만큼 다양한 음반을 구비하고 있다. 6평 안팎의 작은 공간에 3,000~4,000장의 음반과 공연 포스터, 티셔츠와 가방 등 음악 관련 상품, 음악 도서가 가득하다. 그래서 손님도 20대와 30대 초반이 주를 이룬다. 대형 음반매장에서도 찾기 힘든 음반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할 수 있어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도 있고 아무 정보 없이 가게 주인의 추천만 받고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주인장인 김영혁씨는 음반 발매와 공연 기획을 겸하는데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서울레코드페어도 그가 기획한 행사다. 그는 “추천을 해주기도 하고 추천을 받기도 하면서 다양한 손님들과 음악 이야기를 나누는 게 레코드 가게를 하는 즐거움”이라고 했다.

방배동에 있는 룸360(rm360)은 DJ 솔스케이프를 중심으로 한 DJㆍ아티스트 집단 360사운즈가 2012년 차렸다. 클럽 DJ나 그 지망생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 힙합, 솔, 재즈, 일렉트로닉 장르 음반들이 많다. 양면에 한 곡씩 담긴 12인치 싱글 레코드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레코드를 파는 건 룸360이 하는 일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이 곳에선 360사운즈가 직접 만든 옷과 모자, 액세서리 소품을 팔고 2주에 한 번씩 인터넷 라디오를 진행하고 종종 음악가들을 초청해 강연도 연다. 복합 문화 공간인 셈이다.

룸360이 디스크자키를 위한 공간이라면 서교동의 레코드하트는 인디 음악가를 위해 탄생한 곳이다. 인디 팝 밴드 푸른점의 이현정씨가 2012년부터 친동생과 운영하고 있는 이 곳은 레코드 가게라기보다 카페에 가깝다. 깔끔하고 아늑한 카페 벽면엔 인디 음악가들의 CD가 인테리어 소품처럼 예쁘게 전시돼 있다. 작은 공간이지만 매달 한 번씩 인디 음악가들을 초청해 공연도 열고 있다. 음반 수는 1,000장 미만. 그러나 여기에선 세상 어디에도 팔지 않는 음반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인디 음악가로부터 직접 위탁을 받아 판매하는 음반들이다. 이씨는 “잡지에서 봤다면서 태국과 홍콩에서 온 관광객이 들러 국내 인디 앨범들을 사갔던 게 기억에 남는다”며 “판매량이 많지 않지만 한 장이라도 자신의 앨범이 팔렸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음악가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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