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당시 승객보다 먼저 구조된 선박직 선원 15명은 처음부터 침몰할 것으로 알고도 승객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자신들만 탈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승객들을 먼저 탈출시킬 경우 자신들이 구조 순서에서 뒤로 밀릴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검ㆍ경 합동수사본부는 이 같은 결론을 바탕으로 15일 이준석(69) 선장을 비롯해 승객 구조의 지휘 책임이 있는 4명을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기는 등 선박직 선원 15명 전원을 일괄 기소했다.
수사본부는 이날 선장을 포함해 1등 항해사 강모(43)씨, 2등 항해사 김모(47)씨, 기관장 박모(56)씨 등 4명에게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부작위란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것으로 이를 통해 사람이 사망했을 경우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 가능하다. 이들은 승객들이 익사할 상황임을 알면서도 아무런 구호 조치 없이 탈출, 281명(14일 기준)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는 점에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수사본부는 판단했다.
수사본부는 또한 사고 당시 조타실 근무를 했던 3등 항해사 박모(26)씨와 조타수 조모(56)씨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선박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과 선박매몰 혐의 등을 적용하고, 나머지 9명 선원은 유기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생존 선원들은 모두 승객들이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교감을 하고 구호 조치 없이 자신들만 퇴선하기로 공모를 했다”고 밝혔다.
수사본부는 또 수리 및 증축으로 복원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세월호가 수로가 좁고 물살이 센 맹골수도를 지날 때, 경험이 부족한 3등 항해사와 조타수가 급격한 변침 등 과실을 범한 것이 사고의 1차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출항 당시 세월호는 평형수와 청수 등을 1,308톤이나 덜 넣고 화물은 기준량의 2배인 2,142톤을 적재함으로써 복원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차량과 화물을 법령을 어겨 부실하게 고박한 것도 배가 기운 원인이 됐다.
목포=박경우기자 gwpark@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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