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정치권과 언론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는 움직임에 문화ㆍ예술계가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인디 음악가 80여명은 10, 11일 이틀간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홍대입구역, 홍대걷고싶은거리, 주차장길, 합정역 인근 카페길, 합정역 등에서 ‘세월호를 지켜보는 작은 음악가들의 선언’이라는 이름으로 공연했다. 중견 가수부터 무명 가수, 작곡가, 보컬 트레이너, 세션 연주자, 대중음악평론가 등 음악가들의 면면도 다양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공연 취소 및 연기로 생계의 터전을 잃은 자칭 ‘작은 음악가’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참사를 잊지 말자는 취지로 뜻을 모은 것이다. 일부는 무능한 정부와 무책임한 언론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연주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가수 정민아와 사이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두 사람이 5일 페이스북에 낸 공고를 보고 수십 명이 참가 신청을 했다. 10일 공연 직후 만난 정씨는 “실종자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 지난달 24일 광화문 1인 시위 및 거리 공연을 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며 “판을 벌이자마자 많은 음악가가 기다렸다는 듯 참가하겠다고 하며 자기들끼리 장소와 시간을 정해 공연했다”고 말했다. 음향기기와 의자를 빌려주겠다는 이도 있었고 부산과 대전 등지에서 거리 공연을 하겠다는 이도 있었다.
영화음악감독이자 인디 음악가인 연리목(본명 이유진)은 록 밴드 한음파의 멤버인 남편 이정훈과 함께 홍대걷고싶은거리에서 연주했다. 연리목은 “예정됐던 공연이, 세월호 참사 이후 10회 이상 취소됐는데 취소가 당연한 공연도 있었지만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취소된 공연도 있었다”며 “공연을 통해 추모하고 싶었는데 가만히 있으라고 해 답답하던 차에 이번 행사에 동참하게 됐다”고 했다. 이들의 공연 도중 한 시민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무책임한 정권을 비판하는 자작시를 읊기도 했다.
50여m 옆에서 공연하던 가수 조동희는 “음악으로서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고자 하는 뜻으로 나왔고 우리 모두 (이번 참사를) 너무 빨리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의 공연에서 연극배우 한은주가 독일 작가 브레히트의 시집 살아남은 자의 슬픔의 한 대목을 붓글씨로 쓴 뒤 낭독했다.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기 위해 처음 거리 공연에 나섰다”는 작곡가 김민경은 “힘을 합쳐 발전된 나라를 다시 만들어보자는 뜻”에서 애국가를 3시간 동안 반복해 불렀다.
피켓을 들고 이들을 응원하는 시민이 적지 않았고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굳게 믿는 저희가 여러분들과 함께합니다”라는 글귀를 붙인 수제쿠키를 선물한 시민도 있었다. 공연 후 만난 가수 사이는 “세월호 참사가 잊히지 않도록 또 공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추모 움직임은 문화ㆍ예술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오페라 연출가 이경재를 비롯해 유명 성악가와 전공생들이 작곡가 김효근이 ‘천 개의 바람’이라는 영시에 곡을 붙인 ‘내 영혼 바람이 되어’를 불러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했으며 고경일 상명대 만화디지털콘텐츠학부 교수는 회화 동아리 ‘그림자’ 회원과 300여명의 시민과 함께 9, 10일 서울광장에서 대형 걸개 그림을 그렸다.
글ㆍ사진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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