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타 사나이 칸투 “한국은 제 2의 고향…30홈런 이상 목표”
[부제목] 오릭스ㆍ삼성 러브콜 뿌리치고 두산행, 인상적인 투수 김광현, 홍삼 처음 먹고는 감기 몸살
2010년 4월16일.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말린스)-신시내티 레즈전이 열린 미국 플로리다주 선라이프 스타디움이 들썩거렸다. 89년이나 해묵은 메이저리그 기록이 깨졌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멕시코 출신의 플로리다 4번 호르헤 칸투(32ㆍ당시 28). 키 192㎝ㆍ몸무게 92㎏의 거포는 개막 후 9경기 연속 안타-타점이라는 신기록을 썼다. 1921년 조지 켈리의 개막 8경기 연속 안타-타점 기록을 드디어 넘어섰다. 칸투는 다음 날에도 안타와 타점을 1개씩 올렸다. 상대 투수가 정면 승부를 피하는 가운데서도 이 부문 기록을 10경기까지 늘렸다.
이런 괴물 같은 타자가 한국 무대를 밟았다. 메이저리그 통산 104홈런을 쏘아 올리고, 두 시즌(2005, 2009년)이나 100타점 고지에 오른 특급 내야수가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있다. 명성대로 칸투는 19일 현재 36경기에 출전, 타율 2할9푼6리(142타수 42안타)에 11홈런 32타점을 기록 중이다. 3번 김현수(26), 5번 홍성흔(38)과 함께 맹렬한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18일 잠실 구장에서 칸투를 만났다. 칸투는 “한국과 멕시코는 큰 차이가 없다”며 “올 시즌 30홈런, 100타점 이상을 기록하고 싶다”고 했다.
●6살 때 시작한 야구…도전은 계속 된다
칸투는 여섯 살 때 처음 글러브를 끼었다. 공을 던지고 방망이를 돌리는 또래들이 부러워 야구를 시작했다. 마이너리그 팀과는 열 여섯 살에 계약했다. 5년 간의 고통을 참고 견디면서 2004년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미국 생활은 2012년까지였다. 지난 시즌은 고향으로 돌아가 ‘제 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한 한 해였다. 칸투는 “멕시코 리그에서 뛰다 은퇴할 계획이었다. 나도, 가족들도 지금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손님이 찾아왔다. 그를 만나겠다고 2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온 두산 스카우트였다. 마음이 흔들렸다. 급하게 가족 회의도 열었다. 에이전트는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한국 프로야구 삼성도 영입 의사를 드러냈다”고 했지만, 제3의 야구 인생은 열성을 보인 두산에서 하는 게 맞았다.
칸투는 “우리 동료들, 코칭스태프, 프런트가 살갑게 대해준다. 서울에 대한 인상도 무척 좋다”며 “멕시코 시티에 살고 있는데 서울과 모든 게 비슷하다. 고향 같은 기분이다”고 했다. 지난달 생애 처음 홍삼 음료를 먹다가 감기 몸살에 걸린 칸투는 “(홍삼 빼고) 다른 음식들은 대부분 멕시코 음식과 비슷하다. 개인적으로 매운 걸 좋아하는데 한국 음식도 매운 게 많다”고 덧붙였다.
●결승타 1위…스트라이크 존에는 여전히 적응 중
칸투는 시즌 초반 부동의 결승타 1위(9개)다. 팀이 올린 23승 중 절반 가량 그의 방망이를 통해 완성됐다. 공동 2위 이호준 나성범(NCㆍ이상 5개) 등과는 4개 차. 지금의 페이스라면 2010년 이후 한 시즌 최다 결승타 1위 삼성 최형우(18개ㆍ2011년)의 기록도 충분히 깰 수 있다.
칸투는 “작년 같은 경우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 않았다. 타격 밸런스가 무너져 고생했다”며 “역시 가장 중요한 건 꾸준함인 것 같다. 지금 잘되고 있을 때 더 집중하자고 마음 먹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 투수들의 수준이 상당하다. 김광현(SK)의 슬라이더는 오다가 갑자기 사라져 정말 까다롭다”며 “매일 경기가 끝나면 투수들의 특징을 메모한다. 아직 한국 투수들의 스타일을 다 파악하지 못했지만 스윙만큼은 자신 있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스트라이크 존 적응은 여전히 힘들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국내 스트라이크 존은 미국, 일본과 비교해 몸쪽 코스에 후하다. 류현진(LA 다저스)이 지난해 빅리그 심판들의 인색한 몸쪽 판정에 고개를 갸우뚱한 것도 이 때문이다. 칸투는 메이저리그 통산 몸쪽 코스 타율이 3할3푼3리다. 상당히 강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몸쪽 공에 약점을 보이고 있다. 심판 판정에 흥분하는 모습도 간혹 보인다.
“아직도 볼이라고 생각하지만 심판은 스트라이크라 콜한다. 확실히 미국, 멕시코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그러나 변명하고 싶지 않다. 방망이가 부러지든 말든 지금은 무조건 그 공을 치려고 노력한다. 내가 빨리 적응해야 한다.” 현재까지 볼넷이 6개뿐인 칸투는 공격적으로 방망이를 휘두르며 몸으로, 눈으로 ‘한국 존’을 익히는 중이다.
●멕시코 국민 타자…홈런은 30+, 타점도 100+
칸투는 멕시코 국민 타자다. 가장 인기 있는 야구인 중 한 명이다. 아내도 멕시코 슈퍼 스타다. 지난 2009년 12월, 인터뷰를 하기 위해 방송국에 갔다가 모델 겸 방송인 신시아를 만났다. “어떤 남성 팬이 사진을 찍자고 해서 흔쾌히 알았다. 그런데 사진을 찍어준 여자가 바로 아내였다. 너무 예뻐서 첫 눈에 반했다.” 두산 관계자는 “칸투와 신시아가 가는 길에 늘 파파라치가 따라 붙는다”고 귀띔했다.
칸투는 한국에서도 고국을 잊지 않는다. 멕시코 출신 세계적인 가수 산타나의 명곡 스무스(Smooth)를 등장 음악으로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칸투는 “멕시코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곡이 스무스다. 국민적인 노래”라며 “이 노래를 들으면 흥이 나고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칸투는 그러면서 “거포라면 누구나 30홈런 이상, 100타점 이상을 목표로 한다. 시즌 최종전이 끝났을 때 만족할 만한 성적이 나오게끔 노력하겠다”며 “핵심은 다치지 않는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기량과 열정을 그라운드에서 모두 쏟겠다”고 팬들에 약속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사진=두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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