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사장 오늘 사원과 대화서 거취 밝힐 듯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청와대가 KBS의 인사와 보도에 개입했다고 연이어 폭로하면서 KBS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노조는 길환영 사장을 고발하고 출근을 저지하는 한편 사퇴하지 않을 경우 제작을 거부하기로 했다.
노조 “길 사장 고발하겠다”
KBS노동조합(구 노조)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업무상 배임, 공금 유용,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길 사장과 동조자들을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감사원이 3월 KBS가 미술제작비 용역 계약을 체결하면서 규정을 어기고 공개입찰 대신 수의계약을 통해 계열사인 KBS아트비전을 부당 지원, 연 100억원을 낭비했다며 계약방식을 바꾸라고 통보했지만 사측이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수의계약으로 비자금이 조성되고 이 돈이 회사 고위층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길 사장의 지난해 해외출장 6건 중 2건만 정산이 마무리됐고 나머지는 비용 지출 내역을 발견할 수 없다”면서 “프로그램 제작에 써야 할 돈이 사장과 수행원의 해외 경비로 유용됐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청탁을 받고 규정을 바꿔 특정 기자를 특파원으로 선발하고 해외 출장 비용을 계열사에 떠넘긴 사례가 있다고 공개했다.
새노조 “사퇴하지 않으면 제작 거부”
기자와 PD 등으로 구축된 언론노조 KBS본부는 19일부터 길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기로 했다. KBS본부는 또 길 사장이 이날 열겠다고 한 ‘사원과의 대화’와 기자회견에 참석, ‘98% 불신임 사장의 퇴진’을 강하게 요구하기로 했다. KBS본부는 길 사장이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오후 6시부터 제작을 거부하기로 했다. KBS본부는 앞서 17일 길 사장 신임 투표에서 투표자 1,104명 가운데 1,081명이 불신임 의사를 보여 불신임 비율이 97.9%로 나왔다고 밝혔다. KBS본부는 이날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이정현 홍보수석의 해임을 요구했다.
보도본부 지휘부 공석
보도본부 팀장 49명도 16일 총사퇴한 부장단과 뜻을 같이 하겠다며 보직 사퇴했다. 임창건 보도본부장이 사표를 내고 백운기 신임 보도국장이 건강을 이유로 입원하면서 보도본부는 지휘부가 공석인 상태다.
15일 ‘뉴스9’에서 세월호 관련 자사 보도를 반성하는 리포트를 내보낸 KBS는 16일 ‘뉴스라인’에서 ‘김시곤 전 국장 재임 내내 보도 압력’과 ‘KBS 보도본부 부장단 사퇴, 사장 퇴진해야’ 등 2개의 리포트를 방송했으며 17일 ‘뉴스9’에서는 ‘KBS 보도 개입설 길 사장 부인, 청와대 공식 입장 없어’ 리포트를 내보냈다. KBS가 자사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이례적으로 이틀 연속 방송한 것이다. KBS본부의 한 관계자는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이 공석이기 때문에 16일 (주말) 당직국장과 편집주간이 사측의 반론보도를 전제로 합의해 방송을 내보냈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몸통은 청와대”
길 사장은 19일 ‘사원과의 대화’에서 자신의 거취를 이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길 사장은 현재 전사적인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KBS 이사회의 야당 추천 의원 4인도 21일 이사회에서 길 사장 퇴진 안건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언론노조는 청와대를 겨냥했다. 언론노조는 18일 성명에서 “예상은 했지만 길 사장은 깃털에 불과했고 이제 막 드러나기 시작한 몸통의 실체는 청와대였다”며 “청와대에 의해 자행돼온 조직적인 방송장악 행태를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 명백한 범법행위로 규정한다”며 규탄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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