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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입력
2014.05.1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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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6일 기상캐스터들이 미국 백악관에 초청돼 왕족 예우를 받았다. 대통령 집무실 맞은편 루스벨트 룸에서 장관들과 대통령 보좌관들이 이들에게 브리핑을 했고, 이어 로즈가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인터뷰가 진행됐다. 백악관이 정치와 무관한 기상캐스터들을 극진히 대우한 것은 일반 대중이 날씨 예보만큼 이들을 신뢰하기 때문이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 집권2기 역점 사업이지만 찬반 논란이 큰 기후변화도 이들이 말하면 대중의 60%가 믿게 된다. 공화당 반대에 발목이 잡힌 기후변화 정책의 지지여론을 기상캐스터의 입을 통해 조성하자는 백악관 계산은 많이 엉뚱해 보인다. 하지만 여론을 얻기 위해서라면 그런 일이 예사인 게 요즘 백악관의 모습이다.

백악관의 고민은 오바마 대통령의 낮은 인기 때문에 더 깊다. 오바마는 역대 대통령이나 다른 세계 지도자와 비교해도 인기가 없는 대통령이다. 후세 평가는 다르겠지만, 지금은 우유부단한 햄릿형 지도자, 제2의 지미 카터로 조롱 당한다. 경제전문지 포천이 정한 올해 위대한 세계 지도자 50위에 들지 못하는 굴욕도 당했고, 지지도 50%가 무너진 지도 오래 됐다. 여기에 미국 언론은 정치처럼 보수와 진보의 극단으로 갈려 있다. 거의 모든 오바마 정부 정책이 이런 구도로 해석된 뒤 논란 속에 표류한다. 기자들이 무당파가 되어 기사에 정치 색깔이 입혀지는 것을 막아보려 하지만, 그것이 언론지형을 바꾸진 못하고 있다. 백악관의 또 다른 고민은 균열된 미디어 환경에서 사람들이 점차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맞는 기사와 정보 만을 읽고 본다는 사실이다. 소셜네트워크, 온라인 검색엔진을 통해 자기 취향에 맞는 뉴스를 찾을 뿐 반대 또는 중간지대 견해를 찾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이 어떤 사람에겐 부흥회 설교처럼 들리지만, 다른 사람에겐 그렇고 그런 말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어느 정책에 대해 지지층 찬성을 끌어내기는 용이하지만, 반대편을 설득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백악관으로선 여론을 움직이려면 기존과는 다른 충격요법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오바마 케어(건강보험개혁법) 가입자가 그 시한을 앞두고 목표치에 크게 미달했을 때, 백악관의 선택이 그런 극단적인 사례다. 백악관은 대통령을 코미디언 자흐 갈리피아나키스가 진행하는 인터넷쇼 ‘비트윈 투 펀스’에 출연시켜 한마디로 무너진 모습을 보이도록 했다. “마지막 흑인 대통령이 된 소감이 어떠하냐”는 사회자의 무례에도 오바마 대통령이 응한 까닭은 600만 젊은 시청자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였다. 젊은이와 호흡을 같이한 대통령에게 대가는 달았다. 그 달 마감한 오바마 케어 가입자 수가 목표치 700만명보다 100만명 이상이 많았다.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대처하는 백악관의 다양한 노력에서 공통점은 대통령을 편하게 놔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언론 접촉에서 전통적 미디어도 중요하지만, 한낮의 토크쇼나 심야 코미디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보다 훨씬 커졌다. 주요 온라인 사이트에는 대통령 이야기가 흘러 넘치도록 백악관에서 정보를 제공한다. 과거 생각지도 못한 부동산 사이트인 질로우, 의료사이트인 웹MD와도 대통령이 인터뷰를 하고, 연예뉴스 위주 커뮤니티인 버즈피드에 대통령 얘기가 단골 뉴스로 흘러 다닌다. 뉴욕타임스보다 방문객이 많은 업월시 같은 인기사이트에 대통령 셀피(자기촬영 사진)가 유통되도록 하는 것도 백악관의 업무 중 하나다. 이들 매체가 비록 정치적 영향력은 없어도 그것이 정치인 오바마가 대중과 소통하는 데 유리한 공간인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책임진 댄 파이퍼 백악관 선임 보좌관이 여론을 얻는 전략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대중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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