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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 개혁의 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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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 개혁의 복병

입력
2014.05.1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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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의 슬픔과 분노 속에서 관피아 개혁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안전점검 부실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로 밝혀진 상황에서 그 배후에 있는 해수부 및 해경과 산하기관들의 유착 문제가 수술대에 오르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해피아’ 논란은 이제 관가 전체로 확산되어 ‘관피아’의 개혁 문제가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국가개조’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전면개혁 의지를 내보일 정도라고 한다.

사실 모피아, 원전마피아 등 다양한 관피아 문제는 역대 정권들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덤벼들었던 과제이다. 공직자윤리법, 부패방지법, 국가청렴위원회 등 여러 가지 제도적 개선이나 조치들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어느 정권도 관피아 개혁에 성공하지 못했으며 결국 세월호 침몰 사고를 막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관피아 및 민관유착의 문제가 제대로 척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높다. 이는 최근처럼 이 문제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대통령이 직접 개혁을 지시하는 등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고가 일어나서는 안 되며, 사회의 각 분야에서 민관유착의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주장에 필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 사회가 이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관피아의 힘이 워낙 세고 생명력이 끈질긴 것이 그 이유의 하나이다. 관료 출신 말고 주요 단체장이나 공공기관장 일을 맡을 사람이 많지 않다거나 관료가 퇴직 후 공직에서 쌓은 경륜을 기업에서 발휘하는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그런데 더 중요한 문제가 접근법에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자주 거론되듯이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실을 보여주고 있다. 말 그대로 사회 곳곳에 부실과 부패가 겹겹이 쌓여 있다는 것인데 그 개혁이 간단할 리가 없다. 물론 관피아가 그 핵심 가운데 하나임은 틀림없지만 관피아 개혁은 범죄집단 마피아를 척결하는 문제와 다르다. 관피아 문제는 공무원 채용, 관료들의 공권력 독점, 관료들에 대한 견제세력 부재, 민관유착의 유인 등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일종의 사회현상이다. 조직폭력집단이 아무리 강력해도 검찰과 경찰이 의지를 가지고 접근하면 소탕된다. 그러나 문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회현상은 검경의 의지로 해결할 수 없다. 다양한 사회 세력과 집단들의 유인구조와 상호작용을 감안하여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인데 이 작업이 간단할 수 없다.

오히려 왜 빨리 해법이 나오지 않느냐고 재촉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된다. 경제나 사회 문제의 해법을 내놓을 때는 그 문제들을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의 유인구조를 파악하고 정책의 파급효과까지 고려해야 한다. 급하게 서두르면 중요한 사항을 놓치기 쉽다. 또한 처벌을 서두르다가 정작 중요한 책임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주는 경우도 나타날 수 있다. 물론 당장 서둘러야 할 과제도 많다. 예를 들어 공직자가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을 경우 대가성이 없어도 처벌하도록 하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등은 빨리 통과되어야 한다. 사실 이 법이 2년 가까이 국회 정무위에서 잠자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패문화의 일면을 보여준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가 조만간 관피아 대책을 발표한다고 한다. 이 대책은 낙하산식 인사 금지 등의 조치에 국한되어서는 안 되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급진적인 단기대책에만 치우치는 경우 문제 해결로부터 멀어진다.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관피아 및 민관유착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서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청사진이 필요하다. 또한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사항이기 때문에 쉽게 성공하리라 기대하는 태도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역대 정권들이 강력한 의지를 보이지 않아서 실패했던가? 결국, 사회 구성원 하나하나의 관심과 의지가 필요한 사안이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대학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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