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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태평양, 도 넘은 '고현철 변호사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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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태평양, 도 넘은 '고현철 변호사 구하기'

입력
2014.05.1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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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때 판결 사건 수임 변협 징계 심사 중인데...

징계위원 명단 확보해 1대 1로 접촉 전방위 구명

법조계서 비난 일자 태평양 "입장 해명 위한 것"

대법관 시절 판결했던 사건을 퇴임 후 변호인으로 수임해 논란을 빚은 고현철 변호사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가 징계 심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그가 소속된 대형로펌 태평양이 징계위원들을 1대1로 접촉해 전방위 구명 활동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대형로펌이 문제의 전관 변호사를 보호하기 위해 도를 넘어선 행동을 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태평양 소속 변호사들은 고 변호사의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변협 산하 변호사 징계위원회 위원 명단을 확보해 지난달 초ㆍ중순 집중적으로 전화를 걸어 선처를 부탁했다. 전화를 건 변호사들은 징계위원들과 학연ㆍ지연 또는 과거 같이 근무한 전력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징계 사유가 안 되는데 억울한 상황이다”, “고 변호사도 잘 몰랐던 사안이니 잘 봐 달라”며 호소하고 심사 진행 상황을 물었다.

징계위원들은 이 같은 전화를 받고 “부적절하다”며 의견을 교환했다. 태평양측 대응을 파악한 변협은 징계위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징계 혐의자가 청탁을 행하면 징계 양정에 더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을 꼭 알려주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변호사는 대법관 시절인 2004년 LG전자 왕따 사건의 피해자 정모(51)씨가 낸 부당해고구제 행정소송에 대해 재판 요건이 안 된다는 이유로 심리 없이 기각(심리불속행 기각) 결정했으며, 2009년 퇴임 후 태평양으로 옮긴 뒤 정씨가 LG전자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소송에서 LG측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두 사건은 각각 행정, 민사소송으로 형식만 다를 뿐 사실상 내용은 같다. 정씨와 시민단체는 고 변호사가 공무원 재직시 직무상 취급한 사건에 대해 수임을 제한한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으나, 지난해 10월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정씨는 무혐의 처분에 불복해 서울고검에 항고했고, 검찰은 최근 재수사 결정(본보 14일자 12면)을 내렸다.

검찰 수사와 별개로 변협은 지난 3월 고 변호사의 부적절한 수임 행위에 대해 징계개시 청구를 했고, 심사가 진행 중이다. 변호사 징계위원회는 변협 산하에 구성돼 있지만, 독립 적으로 운영된다. 징계위원은 판사와 검사 각 2명, 변호사 3명과 외부인사 1명 등 총 8명으로 명단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다른 대형로펌의 대표급 변호사는 “징계 가능성이 높아지자 로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구명 활동을 한 것이 아닌가 강한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고 변호사와 친분이 있는 한 판사는 “법원에 큰 족적을 남기고 후배들에게도 지지를 받았던 고 변호사의 성향을 고려하면 개인적으로 징계위 진행 상황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는 등의 편법을 쓰지는 않았을 것으로 믿는다”며 구명 로비를 태평양 조직 차원의 결정으로 해석했다.

태평양 관계자는 징계위원 전화 접촉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고 변호사측 입장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고 일부 변호사들은 진행 상황을 파악하는 수준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로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대응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답변을 피했다.

징계위원회는 지난달 21일 3차 회의를 개최했고, 6월 16일 4차 회의를 열 예정이다. 변호사 징계는 청구 이후 1년 안에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보통 6개월 안에 결론이 나왔다. 변협 관계자는 “검찰의 재수사 경과 등을 파악하면서 징계 여부를 결정해야 해 조금 지체되고 있다”며 “늦어도 올 연말 안에는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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