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의 입원이 일주일을 넘어섰다. 심근경색시술 이후 의식이 없는 상태 역시 일주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시중엔 온갖 루머가 난무하고 있고, 이로 인해 삼성 임직원들도 일을 손에 잡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0일 밤 급성 심근경색으로 자택 인근 순천향대학에서 응급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11일 새벽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졌고, 이곳에서 심장혈관확장(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18일 현재 이 회장의 입원은 꼭 일주일이 지난 셈이다.
저체온치료 등 전문치료는 모두 끝났고 13일부터는 수면상태에서 진정치료만 이어지고 있는 상태. 삼성서울병원 측은 이 회장의 병세가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이 회장의 뇌파와 심장박동 등 생체 신호는 초기보다 좋아졌다”며 “아직 큰 변화는 없지만 (현재 중환자실에서) 조만간 일반 병실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회복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의료진은 의식회복을 위한 환경만 조성해줄 뿐, 의식 자체는 전적으로 환자 본인의 힘으로 회복되어야 하는 만큼 언제 어떻게 의식이 돌아올 것인가에 대해선 의사들도 정확히 짚기가 힘들다. 삼성 관계자 역시 “의료진도 이 회장이 언제 의식을 회복할 지 정확한 확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이 회장에 대해선 가족과 삼성 수뇌부, 핵심의료진 등 아주 제한된 인사들만 접근할 수 있는 상황. 때문에 이들을 제외한 누구도 이 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선 정확한 정보를 내놓기 힘들다. 심장 전문의들도 "일반론적인 얘기나 추정 정도는 할 수 있지만 분명한 건 환자 상태를 직접 보고 체크하기 전까지는 정확히 뭐라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론'차원에서 가장 우려되는 건 뇌 손상 가능성이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심장 박동이 멈추면 뇌에 혈액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뇌세포가 일부 파괴될 수 있고, 특히 다시 심장이 뛰기까지 멈췄던 시간이 길어질수록 뇌 손상 정도는 심해질 수 있으며, 갑자기 피가 돌기 시작하면 이 때도 손상이 올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측이 이 회장의 체온을 인위적으로 내렸다가 서서히 끌어올리는 저체온 치료를 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유명대학병원의 심장전문의는 "저체온 치료를 48시간 이상 실시해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손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역시 의식이 돌아와 봐야 알 수 있지 현재 상태에선 알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회복이 늦어지면서, 크고 작은 혼선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 오전에는 '위독설'에 이어 '국내 정보기관발(發) 사망설'까지 삽시간에 확산됐으며 일부 인터넷매체에서는 '사망'보도가 나가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총수의 심근경색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평온을 유지했던 삼성그룹 역시 내부적으론 술렁거리는 분위기다. 사내 전산망인 ‘싱글’을 통해 이 회장의 입원 소식을 처음 전한 뒤 지금까지 일체 언급이 없어 임직원들의 궁금증과 불안도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관계자는 "시스템에 따라 각 계열사들이 평소와 같은 책임경영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총수의 건강이 위중하다 보니 아무래도 어수선하고 분위기가 가라앉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회장의 입원이 장기화되고 의식과 건강을 회복하더라도 당장 경영복귀가 힘든 만큼,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조기승계'설도 나오고 있지만, 한 소식통은 "이 부회장의 역할이 커지는 것은 맞지만 총수승계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로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된다"고 전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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