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 루머 확산에 안팎으로 술렁술렁
병원선 "병세 호전 중…일반실 이동 예정"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혈관확장(스텐트) 시술을 받은 지 1주일이 넘도록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위독설에 사망설까지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으며 직원들도 일부 동요하고 있다.
18일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11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스텐트 시술을 받은 뒤 아직까지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의료진은 여전히 안정적인 회복을 위해 수면상태에서 진정제와 각종 치료약물 등을 투여하는 진정치료를 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측은 “이 회장의 뇌파와 심장박동 등 생체 신호는 초기보다 좋아졌다”며 “아직 큰 변화는 없지만 조만간 일반 병실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회복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의료진도 이 회장이 언제 의식을 회복할 지 정확한 확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관건은 이 회장의 뇌 손상 여부다. 의학계에 따르면 급성 심근경색으로 심장 박동이 멈추면 뇌에 혈액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뇌세포가 파괴되는 뇌 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다시 심장이 뛰기까지 멈춘 시간이 길어질수록 뇌 손상 정도가 심할 수 있고, 회복 후에도 급히 혈액이 다시 공급되면 충격을 받아 뇌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삼성서울병원은 이 회장의 뇌 손상을 막기 위해 60시간 동안 저체온 치료를 실시했다. 통상 24~48시간 실시하는 저체온 치료는 체온을 섭씨 33도 정도로 낮췄다가 정상 체온으로 서서히 올리면서 뇌 기능을 손상 없이 회복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이 회장의 의식 회복이 늦어지면서 뇌 손상을 우려하고 있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의 고영국 교수는 “저체온 치료를 48시간 이상 실시해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으면 좋지 않은 상황으로 봐야 한다”며 “뇌 손상 여부는 일단 의식이 돌아와 봐야 알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의식 회복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10일 밤 10시50분쯤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심근경색을 일으켜 8분 가량 심장이 멎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의학계에서는 5분 이상 심장이 멈추면 뇌 손상이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당초 삼성은 이 회장이 호흡곤란으로 순천향대병원으로 옮긴 뒤 심근경색이 일어나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기까지 5분 동안 심장이 멈췄다고 알렸다.
심지어 지난 16일에는 이 회장의 회복이 늦어지면서 사망설까지 흘러 나왔다. 일부 인터넷매체에서는 이를 보도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병원 도착 전 심장마비 주장은 순천향대병원도 부인하고, 근거도 전혀 없는 추측일 뿐”이라며 “각종 정보기관 발을 주장하는 각종 유언비어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할 지 말 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처음과 달리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직원들이 조금씩 동요하고 있다. 그룹에서 초반 사내 전산망인 ‘싱글’을 통해 이 회장의 입원 소식을 전한 뒤 지금까지 일체의 언급이 없어 직원들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모 계열사 관계자는 “이 회장의 회복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불안감을 느끼는 직원들이 있다”며 “책임경영 시스템에 따라 각 사 경영은 평소와 다름없이 돌아가지만 직원들의 불안감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그룹도 이를 알고 있으나 경영상 변화가 없는 만큼 직원들을 위한 추가 공지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삼성 관계자는 “직원들이 걱정하는 바는 이해하지만 회사 경영에 심각한 변화가 없는 만큼 추가 공지를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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