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사위원 9명중 5명이 여성
칸의 보수성 비판 목소리도 높여
유일하게 경쟁부문 오른
日 여성 감독 가와세 나오미
마이크 리·누리 빌제 세일란 등
쟁쟁한 男 감독 제칠지 주목
14일(현지시간) 개막한 제67회 칸국제영화제가 반환점을 향하고 있다. 초반 상영된 경쟁부문 영화들이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황금종려상을 향한 경쟁이 뜨거워지는 모양새다. 올해는 여성 감독이 사상 두 번째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할지가 가장 큰 관심사로 꼽힌다.
17일까지 상영된 경쟁부문 작품은 6편이다. 영국 감독 마이크 리의 ‘미스터 터너’와 말리 감독 압덜라만 시사코의 ‘팀북투’, 터키 감독 누리 빌제 세일란의 ‘윈터 슬립’이 각광을 받고 있다. 올해 경쟁부문 초청작은 18편이다.
‘미스터 터너’는 18세기 영국 화단의 대표 작가였던 윌리엄 터너의 삶을 조명한다. 괴팍한 성격에 그림을 위해 모든 열정을 바쳤던 터너의 유별난 인생을 빼어난 영상미로 표현했다. ‘비밀과 거짓말’로 황금종려상을 이미 받았던 리 감독이 18년 만에 대상을 다시 안을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온다.
초반 상영작 중 가장 많은 박수 세례를 받은 ‘윈터 슬립’은 터키 한 지방의 유지를 통해 터키 사회의 현실과 삶의 보편적인 고민을 그려낸다. ‘윈터 슬립’의 감독 세일란은 칸영화제 이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만 두 차례, 감독상은 한 차례 수상한 명장이다. 칸의 사랑을 받아온 이 감독이 처음으로 황금종려상을 움켜쥘지 현지에선 주목하고 있다.
‘팀북투’도 강력한 수상 후보로 여겨지고 있다. 이슬람 원리주의가 지배하면서 벌어지는 부조리한 상황을 한 가족의 비극으로 담아냈다. 이 영화의 감독 시사코는 말리 영화의 대명사로 통하는데 아프리카 영화의 건재를 과시했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영화제 초반의 이슈는 남녀 평등이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뉴질랜드 감독 제인 캠피온이 포문을 열며 칸영화제를 비롯한 영화계의 성차별 문제가 부각됐다. 캠피온은 14일 “티에리 프리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출품된 영화 1,800편 중 7%만이 여성 감독 작품이라고 말했다”며 “칸영화제에 상영되는 영화 중 여성 감독 영화가 20%이지만 아직도 비민주적인 상황”이라고 일갈했다.
‘피아노’로 여성 감독으로선 유일하게 황금종려상을 받은 캠피온은 영화계 성차별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칸영화제가 여성을 홀대한다는 지적은 최근 2, 3년 사이 여성영화인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나왔다. 심사위원장 캠피온의 남녀 평등 인식이 올해 수상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는 이유다. 전도연과 소피아 코폴라 등 심사위원 9명 중 5명이 여성인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올해 경쟁부문에 오른 여성 감독 영화는 일본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스틸 더 워터’가 유일하다. 가와세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으면 아시아 여성 감독으로선 최초가 된다.
일각에서 여성 감독의 우세를 점치고 있으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심사위원장의 성향이 심사 결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예상이 종종 빗나갔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한 영화제의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심사위원장이라 상업적 성향이 강한 영화가 유리하다는 전망이 나왔다”며 “그러나 지난해 황금종려상 수상작에서 스필버그의 취향이 엿보이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칸=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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