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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산인해 견본주택, 비상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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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산인해 견본주택, 비상구가 없다

입력
2014.05.1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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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문을 연 경기도의 한 견본주택. 건물 내 1층과 2층에 각각 소방 호스가 설치돼 있고, 가끔씩 비상구와 소화기 위치를 안내하는 방송이 흘러나온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관련 조치를 강화했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견본주택 안에 실제와 같은 크기로 만들어진 집에 들어가니 사정이 전혀 달랐다. 주택 면적에 따라 설치된 4개의 세대 가운데 내부에 별도 비상구가 있는 곳은 단 하나였고, 그마저도 별도 안내 표시가 없고 비상구를 이용하려면 허리 이상 높이의 난간이 설치된 좁은 창문을 넘어가야 했다. 모델하우스 방문객이 40~50대 이상의 주부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화재 등이 발생했을 때 비상구를 찾더라도 신속하게 대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다른 세대들 역시 규정에 따라 내부에 2개의 소화기를 설치하고 있었지만, 모두 베란다 바깥에 있어 비상시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2층에 설치된 2개 세대의 경우 지상으로 탈출이 가능한 별도 계단이 없었다.

해당 시청의 담당자와 건설사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그런 규정이 있는 지 자세히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올해 들어 분양시장이 살아나면서 견본주택에 주말에만 수만 명의 내방객들이 몰리고 있지만, 비상시 안전 대책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견본주택 건축에 대한 관련 규정이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사실상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별도의 대피로가 없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가운데 제 8조 견본주택 건축기준에는 ‘각 세대에서 외부로 직접 대피할 수 있는 출구를 1군데 이상 설치하고 직접 지상으로 통하는 직통계단을 설치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세대 내에 별도 출구를 설치한 경우는 극히 드물뿐더러 비상구가 있더라도 협소하거나 물건 등이 쌓여 있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건설사가 이달 초 서울 강서구에 문을 연 견본주택도 건물 전체에 외부로 이어지는 비상계단은 단 한 곳뿐이었는데 공간이 협소해 대피로로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이처럼 규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는 배경에는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 떠넘기기가 자리잡고 있다. 견본주택이 있는 한 시청의 건축과 담당자는 “견본주택은 가설건축물이기 때문에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용된다”며 “지자체에서 따로 시설을 확인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가설건축물축조신고’만 하면 별도의 준공허가나 사용승인이 없이 견본주택을 개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견본주택 건축기준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라 지자체의 주택과의 업무에 속하는데 건축 허가 관련 사항은 건축과가 담당을 하기 때문에 혼선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부처에서 일일이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견본주택을 ‘주택’으로 분류해 규정을 만들었는데, 실제 지자체에서는 견본주택을 ‘신축 건물’로 적용하면서 관련 규정이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견본주택은 자재의 특성상 화재가 발생할 경우 큰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주말마다 연인원 1만5,000~2만여명의 내방객들이 몰리는 만큼 위급상황 발생시 안전대책을 강화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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