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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각오” 신도 1000여명이 인간 바리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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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각오” 신도 1000여명이 인간 바리케이드

입력
2014.05.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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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검찰에 출석하지 않은 16일 오후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들이 경기도 안성 '금수원' 정문을 막고 검찰의 강제집행을 대비하고 있다. 안성=연합뉴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검찰에 출석하지 않은 16일 오후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들이 경기도 안성 '금수원' 정문을 막고 검찰의 강제집행을 대비하고 있다. 안성=연합뉴스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16일 오후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본산인 경기 안성시 보개면 금수원 앞은 일촉즉발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굳게 닫힌 정문 안쪽에서 1,000여 명의 신도가 ‘인간 바리케이트’처럼 도로를 틀어막았다. 차량이 다닐 수 있게 도로 가운데를 비우고 양쪽 가장자리에만 앉았던 전날과는 확연히 달랐다. “죽음 각오하고 싸우자” “유혈사태는 검찰 책임”이라는 강도 높은 구호가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정문 앞에는 전날 오후 조계웅 구원파 사무국 대변인의 성명서 발표 이후 설치한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라고 쓰인 검정색 현수막이 펄럭거렸다. 구원파는 “1991년 ‘오대양 사건’ 재수사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세모그룹이 희생양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기 시작한 구원파 신도들은 이날도 오후 늦게까지 개인 짐을 싸 들고 삼삼오오 금수원으로 모였다. 정문에서는 별 다른 신분 확인 없이 얼굴만 보고 속속 들여보내 대부분 열혈 신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신도들 사이에서는 토요 예배가 열리는 17일 2,000명 가까이 금수원에 집결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신도들은 하나 같이 “검찰의 종교 탄압에 저항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전 회장이 떳떳하다면 못 나갈 이유가 있냐”는 질문에 신도 최모(41ㆍ여)씨는 “검찰에 가서 사실대로 말한다 한들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구원파는 이날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자신들에 대한 허위사실을 보도했다며 21개 언론사와 기자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교리에 대한 보도들에 대해서는 더 큰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준비 중이다.

금수원에는 지난 13일부터 수 차례 식음료를 실은 대형 화물차들이 오갔다. 잠깐 머물다 갈 신도들은 그냥 돌려보내기도 했다. 장기전을 준비하는 것이다. 유 전 회장이 자진 출석하지 않을 경우 공권력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검찰은 충돌을 우려해 아직까지 신중한 입장이다. 금수원은 축구장 수십 개 넓이인 23만㎡에 이르는데다 유 전 회장 별장과 신도들의 숙소, 최대 5,000명을 수용하는 예배당 등 건물이 많아 단시간에 정밀한 수색이 어렵다. 운집한 신도들이 대부분 중년 여성들인 만큼 충돌이 빚어지면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유 전 회장이 금수원 안에 없는 경우다. 지난달 16일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유 전 회장을 금수원에서 봤다는 신도가 없는데다 조 대변인도 “여기에 없고, 연락도 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자칫 금수원에 신도들을 모아 놓고 공권력을 끌어들여 충돌을 일으키는 ‘양동작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장녀 섬나(48), 차남 혁기(42), 차녀 상나(46)씨가 모두 외국에 체류 중이고 검찰이 추적 중인 장남 대균(44)씨도 다른 국적 여권으로 출국했다는 소문이 돌아 유 전 회장의 해외도피도 전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이에 대해 인천지검 관계자는 “여러 채널을 동원해 유 전 회장 소재를 파악했고, 장남도 당연히 국내에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안성=권재희기자 ludens@hk.co.kr

안성=정준호기자 junho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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