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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절제된 톤으로 대책 촉구 주력… 박 대통령, 자세 낮춘 채 꼼꼼히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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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절제된 톤으로 대책 촉구 주력… 박 대통령, 자세 낮춘 채 꼼꼼히 적어

입력
2014.05.1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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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세월호 사고 가족 대책위원회 대표단을 면담하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세월호 사고 가족 대책위원회 대표단을 면담하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의 면담에서 눈물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한껏 자세를 낮춘 채 시종 고개를 끄덕이며 가족들의 요구사항을 꼼꼼히 적었다. 참석자들도 가족을 잃은 분노를 쏟아내기 보다는 대체로 절제된 톤으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데 주력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본관 1층 접견실에 도착한 가족 대표 17명의 손을 일일이 맞잡으며 좀체 고개를 들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처음부터 현장을 지켜보신 유가족 여러분들의 마음고생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실 텐데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의 말을 먼저 꺼냈다. 이어 박 대통령의 목소리는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가족을 잃으신 슬픔 자체도…”라고 말하다 잠시 말문이 막히기도 했다. 유가족의 눈물 어린 호소를 듣다가 박 대통령도 울컥했는지 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유가족들은 사고 이후 겪은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다양한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단 한 명의 실종자 유실도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성역 없는 진상조사와 독립된 기구 설립, 강력한 처벌을 주장했다. 한 참석자는 “아이를 잃고 난 이후에도 그 원활한 수습이나 이런 게 안 되는 부분에는 절망을 넘어 분노까지 이르게 됐다”며 “근데 저는 제 아이를 포함한 많은 희생자들이 우리나라 역사, 또 세계 역사에 남을 수 있도록 가장 가치 있고 고귀하게 만들어주시는 것이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면담은 전날 밤 청와대측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가족들은 9일 청와대를 항의 방문해 면담을 요구했지만 박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고 박준우 정무수석이 유가족들의 의견을 들었다. 그러다 세월호 참사 한 달을 맞아 ‘깜짝’ 면담 카드를 제시한 것이다. 청와대는 당초 세월호 사고 한 달째인 16일 담화를 발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하지만 내용이 문제였다. 박 대통령은 그간 참모진을 통해 담화문 초안을 수 차례 보고받았지만 탐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청와대 관계자들조차 ‘마른 걸레를 계속 짜봐야 나올 것도 없다’며 답답해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이날 희생자 가족들을 만난 건 내주 초 대국민담화 발표를 앞두고 해법을 찾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가족 대책위는 박 대통령의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및 특검 도입 필요 발언에 대해 “환영한다”며 “장기적으로 아이들의 명예를 세울 수 있는 추모 문제와 가족들의 생계 문제, 그리고 재발 방지 대책까지도 포함한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 관계자는 “어젯밤에 갑자기 연락이 와서 이런 식으로 만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고 가족들 의견수렴에도 어려움이 있다. 박 대통령이 진솔한 대화를 원한다면 앞으로는 충분히 시간을 두고 협의해서 만나길 원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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