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ㆍ배임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16일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자 검찰이 바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소환 조사에 불응한 피의자에 대해 체포영장 청구 등 절차를 건너뛴 채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유씨 일가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차장검사)는 이날 유씨에 대해 계열사 경영 과정에서 횡령ㆍ배임 및 탈세를 저지른 혐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이 검찰의 출석 요구에 아무런 입장 표명 없이 불응했다”며 “장남 대균(44)씨가 잠적, 도피한 점에 비춰 유씨도 도망하거나 회사 관계자들과 모의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도 있다고 판단했다”고 영장 청구 사유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유씨의 혐의 입증에 자신 있다”고 덧붙였다.
유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20일 오후 3시 인천지법에서 최의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법원은 유효기간이 22일까지인 구인장도 발부했다.
검찰은 유씨가 자신이 설립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본거지인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단정할 수는 없어 구인장을 강제 집행하기보다 유씨가 법원에 자진 출석하는 것을 기다릴 예정이다. 검찰은 “법원은 독립된 사법기관이고, 유씨가 법관의 심문 절차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변론할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만큼 심문 절차에 당연히 응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씨가 영장실질심사에도 불응할 가능성이 높아 검찰은 향후 대책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유씨가 출석하지 않으면 실질심사 없이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고,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바로 체포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체포 작전에 나설 경우 구원파 신도들과 정면충돌이 불가피해 유씨 수사는 다음주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이날도 금수원에서는 1,000명 가까운 구원파 신도들이 정문 안팎에 방어막을 치고 검찰과 경찰의 강제 진입 가능성에 대비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특정 종교에 대해 수사하는 것이 아닌데도 일부 신도들이 종교를 탄압하는 불공정 수사라고 비난하면서 법 집행을 거부하겠다는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인천=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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