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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칼럼] 눈물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입력
2014.05.1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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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과의 공감을 지향하고 표현하는 메시지

험한 시절에 몸을 던지는 소통형 인사 기용을

박근혜 대통령은 왜 울지 않을까. 아니 왜 눈물을 보이지 않을까.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사망자와 실종자들의 가족을 두 번 진도에 찾아가 만났을 때나 안산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한 다음 유가족들을 위로할 때에도 대통령의 얼굴에는 눈물이 없었다.

이런 국가적 재난을 당했을 때 대통령이 꼭 울어야 되는 것은 아니다. 우는 것은 절망이나 한탄, 무력감의 표현일 수 있다. 하지만 통곡을 하든 소리 없이 눈물만 비치든 큰 불행을 당한 사람들과의 교감의 표시로는 눈물만큼 의미가 큰 게 없다. 눈물은 자연스러운 감정의 발로이면서 동정과 공감의 적극적인 표현이다.

일반인들의 눈물은 이미 말한 대로 자연스럽고 자발적인 감정 표현일 수 있다. 이에 비해 정치인이나 국가지도자의 눈물은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 전달이나 소통의 의미를 갖는다. 그런 점을 모를 리 없는 박 대통령이 눈물을 보이지 않는 것은 불행과 시련을 누구보다 강한 신념과 의지로 극복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흉탄에 차례로 부모를 잃은 뒤 스스로 도우며 굳세게 살아온 분의 감정 표현은 남들과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인 2012년 12월 교통사고로 사망한 보좌관의 장례식에서 눈물 흘리던 모습이나 지난 3월 독일 드레스덴공대에서 ‘그리운 금강산’ 연주에 눈가를 훔치던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이번의 ‘냉정한 침통’은 당연히 의외일 것이다.

다른 정치인들처럼 쇼를 할 줄 모르거나 거부하는 박 대통령은 그래서 더 손해를 볼 수 있다. 국무회의 발언을 통한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거나 합동분향소 조문이 연출이라는 오해를 사는 것도 유가족이나 국민들과 마음이 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든 사과나 유감 표명, 조문은 진정성을 갖추되 자발적이고 즉각적이고 직접적이어야만 효과가 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이 세 가지를 다 충족시키지 못했다.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세월호 사고가족 대책위원회 대표단을 만나 의견을 듣고 아픔을 위로한 것은 뒤늦긴 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고 한 달이 지난 지금, 진지하게 점검하고 따져 보아야 할 것은 박 대통령과 박근혜 정부의 소통의지와 국민의 마음을 사는 역량 문제다. 대통령부터 달라져야 하고 소통이 가능한 인사들을 기용해야 하며 언론과의 접촉 방법도 바꿔야 한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이미 사의를 밝힌 데다 책임을 물어야 할 장관들이 많아 개각 인선이 중요해졌다.

중국 후한서(後漢書) 최인전에는 ‘?裳濡足(건상유족)’이라는 말이 나온다. (나라에) 일이 있을 때면 (마땅히) 옷을 걷고 발이 물에 젖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대목이다. 사람이 물에 빠졌는데도 (발이 젖는 게 두려워) 구하지 않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는 말(人溺不拯則非仁也)이 이어진다. 험한 때에는 몸을 던져 나라를 구하고(救俗), 평상시에는 예를 지키라(守禮), 벼슬자리에 나가면 공정을 행하고 사사로운 욕심에 사로잡히지 말라는 말은 마치 2014년의 한국에 맞춘 주문 같다.

그런 사람을 찾아내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인사를 하지 않은 것만 못할 수도 있다. 특히 국무총리는 소통과 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 평소에 덕망과 유머감각이 없는 사람은 큰일을 닥치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인정머리도 없다. 법 조문과 논리에 집착하는 법조인과 상명하복에 충실한 군 출신에 의지함으로써 잃는 점이 무엇인지 숙고해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곧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국가 개조의 방향과 틀을 제시할 것이라고 한다. 내용이 궁금하지만 그 방식에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방적인 낭독과 설명으로 그친다면 효과가 없을 것이다. 소통을 지향하면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 국민과 함께 눈물 흘리는 정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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