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성소수자 열명 중 네명은 자신의 성정체성으로 인해 차별과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청소년 성소수자의 경우 46%가 자살을 시도했을 정도로 차별, 따돌림, 괴롭힘 등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와 성적지향ㆍ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17일)을 앞두고 15일 발표한 ‘한국 LGBTI(성소수자)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 조사’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한 성소수자 3,208명 가운데 42%가 ‘직장이나 가족에게 직접 차별이나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2012년부터 2년간 온라인 설문조사, 그룹 인터뷰, 심층면접으로 진행된 이번 설문조사에는 지금까지 이뤄진 한국 성소수자 대상 조사 중 가장 많은 응답자가 참여했다. LGBTI는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간성(Intersex) 등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조사에 따르면 무작위 대중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공개한 경우 74%가 차별과 폭력을 경험했다. 때문에 가장 가까운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알린 비율은 각각 22%, 11%에 그쳤다. 전체 응답자의 28%가 자살을 시도했고 35%가 자해경험이 있었다.
청소년 성소수자의 피해는 더 심각했다. 설문에 응한 청소년 성소수자 623명 중 45%가 말투나 행동으로 인해 폭언과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자살 시도율은 46%, 자해경험 비율은 53%로 전체 평균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이는 2011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조사 결과 청소년 자살 시도율이 4.4%였던 것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높은 수치다.
학교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피해는 더욱 가중되기도 한다. 동성애자 A(17)군은 1년 동안 이어진 학교 내의 집단 괴롭힘 때문에 2009년 자살했다. 여성스러운 말투를 쓰고 걸그룹 춤을 추곤 했던 A군에게 같은 반 학생들은 “뚱녀” 등의 폭언을 했고, 지우개 가루를 뿌리는 등 지속적으로 폭력을 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담임 교사는 A군의 동성애적 성향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해 전학을 권했을 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성적지향ㆍ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나영정 선임 연구원은 “동성애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성정체성 때문에 괴로움을 겪는 것이라고 하지만 당사자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수용한 후 이를 인정하지 않는 타인들 때문에 갈등이 시작된다”며 “특히 청소년은 학교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선택지가 극히 부족해 피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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