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어제 오전으로 예정됐던 검찰 소환에 결국 불응했다. 유 전 회장은 추후 출석 여부에 대해서도 전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장남 대균씨도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잠적한 상태며, 해외에 체류 중인 자녀들도 귀국을 거부하고 있다. 유씨 일가의 조직적인 수사 거부는 법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오만방자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출두를 거부하자 곧바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강제소환 절차에 나섰다. 영장실질심사 일정이 잡히면 구인장을 발부 받아 신병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강제집행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본산인 금수원에는 신도 수백명이 모여 있다. 이들은 “세월호 침몰 책임은 청해진해운에 있지만 승객들이 죽은 책임은 해경에 있다”며 “유 전 회장 수사는 종교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일부는 “순교도 불사하겠다”며 몸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다. 영장 집행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로 인한 불상사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자칫 수사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검찰의 무능과 안이함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유 전 회장 일가의 비협조는 처음부터 예상됐던 바다. 구원파 신도들의 집단행동도 갑자기 돌출된 변수가 아니다. 세월호 참사의 배후를 뿌리뽑겠다고 나선 검찰이 이 정도도 예측하지 않고 수사를 시작했다면 그 자체가 웃음거리다. 수사 초기부터 핵심 인물들에 대한 소재 파악은 물론 신병 확보 계획도 염두에 뒀어야 한다. 이제 와서 금수원에 있니 없니, 밀항을 했느니 어쩌니 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검찰은 별 힘도 없는 측근들만 줄줄이 구속시켰을 뿐 정작 핵심 인물에는 접근도 못하고 있다. 오히려 유 전 회장 일가의 증거인멸과 해외 도피 시간만 벌어준 꼴이 됐다. 종교집단이 관련된 사건은 훨씬 더 정교하고 치밀한 수사력을 필요로 함은 상식이다. 유 전 회장 일가 수사에 진척이 없다면 그 비난은 검찰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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