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글렌 그린월드 지음ㆍ박수민 박산호 옮김
모던타임스 발행ㆍ335쪽ㆍ1만5,000원
지난해 전 세계 뒤흔든 NSA 개인정보 수집... 포로 과정 낱낱이 다뤄
퓰리처상 수상한 저자 "세상을 바꾸는 건 엘리트 아닌 일반인들"
지난해 6월 미국 최대 전화서비스업체인 버라이즌이 고객 수백만명의 통화기록을 수집하고 있다는 기사를 시작으로,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미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적 개인정보 수집 사실은 지난해 지구촌을 뒤흔든 최대 뉴스였다. 디지털 시대 개인 프라이버시의 가치에 관한 전 세계적인 논쟁에 불을 댕긴 스노든은 워싱턴포스트와 가디언 선정 ‘올해의 인물’이 됐고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되는 등 큰 울림을 남겼다.
그리고 이 울림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사건을 가디언을 통해 처음 보도해 퓰리처상을 받은 프리랜서 기자 글렌 그린월드는 미국 정부가 시스코 등 미 회사의 컴퓨터 네트워크 장비를 가로채 감시 장치를 심고 새 제품처럼 포장해 고객에게 배송했고(202~205쪽) NSA가 한국 유엔대표부 등 미국 내 우방 대사관과 영사관의 정보를 수집했다(201쪽)는 사실 등을 추가로 밝혔다. 최근 24개국에서 동시 발간한 저서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No Place To Hide)에서다.
책에는 NSA와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가 항공기 탑승자의 전화와 인터넷 통신 등을 감시한 사실(215~217쪽)과 NSA가 경제 스파이 활동에 광범위하게 관여한 증거(191~195쪽), 페이스북 같은 SNS 활동에 대한 NSA의 감시(213, 214쪽) 등의 추가 폭로도 실렸다. 인터뷰를 통해 “폭로 보도 초기부터 호흡이 긴 책으로 사실을 전하고 정의를 회복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밝힌 그린월드의 저술은 그간의 스노든에 관한 여러 보도나 단행본과는 차별화된다.
특히 저자는 공개되지 않았던 스노든과의 최초 연락상황 등을 상세히 밝힘으로써 평범한 사람이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비상한 능력이 있음을 상기시킨다.
전체 분량의 5분의 2가량을 할애한 저자와 스노든의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접선에 대한 묘사에는 종종 스노든의 첫인상과 살아온 배경에 대한 저자의 감상이 끼어든다. 저자는 스노든이 세련돼 보이면서도 공부벌레들이 쓸 법한 안경을 끼고 있었고, 아주 똑똑하며 이성적이었다고 회상한다. 또한, 스노든이 보통 부모 밑에서 자라 고교를 중퇴했지만 기술에 대한 천부적인 소질로 스스로 기회를 만든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강조한다.
가디언의 첫 기사가 나가게 되는 극적인 내막을 묘사함으로써 정부 권력 견제의 역할을 포기한 미 주류 언론의 현주소가 드러나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하루빨리 기사를 내보내고 싶던 저자는 가디언 측이 비밀 정보를 보도하는 행위를 범죄로 간주하는 미 정부의 원칙에 따라 법적인 우려를 표하며 정부 관계자에게 기사를 미리 보여 주고 반론의 기회를 주는 관례를 따르자 기사 출고 직전까지 갈등을 빚는다.
영화의 허구성보다 더 믿기 어려운 현실이 담긴 책은 곧 영화화된다. 최근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는 저자와 판권 계약을 마쳤다.
“힘 있는 기관은 도전하기에 매우 강력해 보인다. 근절하기에는 관행이 너무 뿌리 깊이 박혔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지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은밀하게 일하는 소수의 엘리트가 아닌 다수의 일반인이다. 사고하고 결정하는 능력을 촉진하는 것, 이것이 내부고발자, 활동가, 정치적 저널리스트가 추구하는 목적이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이것이 스노든 폭로가 남긴 교훈이라고 강조한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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