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유명 영화를 새로 만들어 극장에 소개할 때는 장ㆍ단점이 엇갈린다. 대중에게 한차례 검증 받은 소재와 이야기라는 장점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원작과 비교되기 마련이고 과연 시간에 따라 변한 대중의 눈높이를 어느 정도까지 맞출 수 있느냐도 과제다. 그럼에도 최근 할리우드는 리메이크 붐이다. 경기 침체에 따라 돈 들여 기발한 시나리오를 개발하기 보다 한 차례 이상 쓰였던 이야기를 재활용하는 게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13일부터 주문형 비디오(VOD)로 안방을 찾은 ‘로보캅’도 1987년 동명원작을 2010년대에 맞게 만들어 극장을 다시 찾은 공상과학(SF) 영화다. 사고로 거의 모든 몸이 손상된 형사 머피(조엘 킨나만)의 뇌를 살려 ‘인간 반 로봇 반’의 존재를 만들어 치안을 담당하도록 한다는 이야기 틀이 그대로다.
새로운 ‘로보캅’은 정공법을 택한다. 자본의 공권력 장악이라는 원작의 설정을 좀 더 강화했다. 미국에만 국한됐던 공간 배경을 이란과 중국으로 넓혔고 자본의 비정함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였다. 가족과 만날 수 없는 머피의 인권을 부각시키면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려 한다. 간결하면서도 빠른 액션으로 눈요기거리를 만들려 했다. 신형 ‘로보캅’은 상업적으로 화려하진 않으나 완성도는 원작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감독 호세 파딜라, 12세 이상 시청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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