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뉴욕타임스 첫 여성 편집국장 질 에이브럼슨(60)의 파면 문제로 달아오르고 있다. 남녀 임금차별 문제, 남성 우월주의, 성차별 등으로 논란이 번진 가운데 뉴욕타임스의 부실한 사태처리도 도마에 올랐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15일 기자회견에서 “남녀임금 동일법을 통과시키는 데 마땅한 사례”라며 이번 논란을 정치권으로 끌어냈다. 에이브럼슨이 경영진에게 전임자들보다 낮은 자신의 연봉, 연금 문제를 거론해 해임됐다는 보도를 인용한 발언이다. 차별에 민감한 미 언론들은 그가 남녀차별의 희생자라는 점을 반복해 전했다. MSNBC 프로그램 ‘모닝조’에선 “한 여성이 동일 임금을 요구해 파면됐다는 데, 이게 될법한 말이냐”는 대화가 오갔다. 뉴욕타임스의 주인인 아서 설즈버거 발행인은 뒤늦게 그의 연봉이 전임자보다 적지 않았다고 의혹을 해명했다. 설즈버거는 “여성이 남성처럼 최고 자리에 도달하듯 또한 남성처럼 파면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트위터, 블로그에는 뉴욕타임스 경영진의 일 처리 방식을 비난하는 글들이 계속됐다. 뉴욕타임스는 에이브럼슨 파면 직후 바로 그의 이름을 모두 떼어냈고, 그의 이메일까지 폐쇄했다. 뉴욕타임스 측이 에이브럼슨의 거칠고 독단적인 업무방식이 파면 이유일 수 있다고 흘리는 것에도 비판이 제기됐다. 남성 편집국장이었다면 그런 방식이 용인되는 것은 물론 보상까지 받았을 것이란 점에서 이 역시 남녀차별이란 지적이다. 진보 사이트 싱크프로그래스 등은 여성이 지도자가 되는 것의 모든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에이브럼븐은 딸의 사진공유 애플리케인션인 인스타그램에 글러브를 끼고 샌드백을 치는 장면을 올려 자신의 심경을 간접 전달했다.
에이브럼슨이 맡았던 직책(executive editor)의 번역과 관련, 뉴욕타임스 근무경험이 있는 현지 언론인은 “이 직책은 편집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기사방향을 정하기 때문에 한국 언론사 구조로 보면 편집국장이 맞다”며 “다만 미국에서 편집국장은 영업까지 챙겨 한국보다 역할과 책임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 언론인은 “뉴욕타임스 1면 편집회의에는 회장까지 참석하지만 듣기만 할 뿐 발언권은 없다”며 한국과는 다른 미국 언론의 모습을 전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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