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사대상의 전 계층을 대표할 수 있도록 피조사자를 선정하지 아니해 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 지난달 경남선거관리위원회는 새누리당 경남지사 경선 후보 여론조사와 관련, 표본의 대표성 문제를 들어 공정성 논란이 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 여론조사결과는 조사를 의뢰한 언론사 홈페이지에 버젓이 걸려 있다.
6ㆍ4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여론조사 기관마다 들쭉날쭉 한 결과에 유권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여론조사의 객관성을 높이겠다며 선관위 산하 심의기구를 설치해 검증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론조작’에 다름없는 여론조사가 여전히 횡행하는 실정이다.
여론조사의 공정성 논란은 일차적으로 조사대상, 즉 표본의 대표성 문제가 크다. 특히 표본집단의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가중치를 부여하는 문제는 여론 왜곡의 대표적 주범으로 꼽힌다. 실제 선관위는 지난달 10일 파주의 한 지역신문이 모 여론조사 업체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19세 이상 20대 집단’의 의견이 실제 파주시 인구통계 기준인 18.5%보다 현저히 높은 34.2%나 반영한 점을 들어 선거법 위반 결정을 내렸다. 보통 여론조사 기관들은 젊은 층의 응답률이 낮다는 점을 감안해 지역 인구통계에 비례해 가중치를 부여하는 보정 과정을 거친다. 예컨대 표본 1,000명 중 인구비례 상 20대 200명을 조사해야 한다고 가정할 때 낮은 응답률로 100명밖에 조사하지 못한 경우 100명의 조사결과를 두 배로 불리는 게 가중치 부여다. 업계에서는 가중치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 해당 표본이 과다 대표돼 신뢰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ARS조사방식이 이런 문제가 많다. 윤희웅 민 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사실 표본이 500명이든 1,000명이든 전체 숫자는 문제가 아니다. 그 안에 연령별, 성별, 세부 지역별 표본 샘플이 얼마나 대표성을 유지하느냐가 신뢰도를 좌우하는 관건”이라고 말했다.
엉성한 표본에 더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질문지가 설계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서울 모 구청장 예비후보로 나선 A씨는 자체 여론조사를 하면서 자신을 당의 특정사업 부본부장으로 소개하자 당장 상대 후보 측이 “마치 중앙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이의신청을 했다. 실제 A씨는 18대 대선 당시 서울시당에서 활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를 앞두고 해당 지역의 전화를 대량 개설해 선거캠프 관계자나 조직적으로 동원된 지인의휴대전화 등으로 돌려 응답하게 만드는 착신전화 문제도 최근의 두드러진 여론조사 왜곡 수단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프랑스의 경우 표본 수집과 질문의 편향성 여부 등을 사전에 심의하고 공표 여부를 결정한다”며 “우리는 이의신청이 들어와야 조사를 하고 시정조치를 취하기 때문에 이미 유통된 여론조사의 흐름을 돌리기에 한계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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