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 참혹한 인권유린이 자행된 부산 형제복지원이 폐쇄 이후에도 재단 이름을 바꿔가며 이른바 ‘복지 재벌’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부산시 공무원들과의 검은 뒷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부터 12년 동안 부랑인, 무연고 장애인 등 시민 수천 명을 불법 감금, 강제노역과 폭행 등을 일삼아 무려 53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곳이다.
15일 부산사회복지연대에 따르면 2007년 10월 부산시 공무원 윤모씨의 아들이 대표로 있는 인테리어 전문업체 T사가 부산 사하구의 한 대형스포츠센터 리모델링 공사를 수주했다. 형제복지원이 소유한 이 센터의 당시 리모델링 비용은 21억원. T사는 2011년 10월에도 형제복지원 소유의 대형목욕탕 리모델링 공사(금액 15억원)를 맡았었다. 윤씨는 2005년 6월과 9월 부산시가 형제복지원에 각각 15억원과 35억원의 장기차입허가를 내줄 때 사회복지과장으로 근무했다. 때문에 형제복지원 측이 허가 편의를 봐준 데 따른 반대급부로 윤씨의 아들에게 리모델링 공사를 맡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윤씨는 형제복지원과의 유착 의혹에 대해 “공사 발주는 현직에서 퇴직한 뒤였으며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사회복지연대는 또 2007년 12월28일 형제복지원 원장 박모(84)씨가 외환은행 부산 주례동 지점에서 부산시 전 공무원 최모씨의 계좌로 2,000만원을 보낸 송금표를 공개했다. 최씨는 1990년10월~1995년8월, 1998년2월~2004년7월 부산시 사회복지과에서 일했으며 2012년 퇴직했다. 최씨는 “돈은 개인적으로 빌린 것으로 1,000만원은 이미 갚았으며 나머지도 곧 갚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공무원의 가족이 형제복지원의 시설 원장으로 근무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2010년 5월부터 8개월간 형제복지원의 중증장애인요양시설 ‘실로암의 집’ 원장으로 근무했던 A씨는 부산시 전 공무원 황모씨의 남편이다. 황씨는 당시 부산시 아동청소년담당관실에서 근무하다 2011년 퇴직했다.
형제복지원 원장 박씨는 1987년 특수감금ㆍ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지만 징역 2년6월의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고, 1992년 법인 대표이사에 다시 취임한 뒤 중증장애인요양시설, 해수온천, 레포츠시설 등 수익사업체를 운영하면서 ‘복지왕국’을 재건했다. 형제복지원은 재육원 욥의마을, 느헤미야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세를 확장했다.
박민성 부산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은 “형제복지원이 박 원장 이후 대를 이어가며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부산시와의 유착관계가 작용했는지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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