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세월호 선장 이준석(69)씨 등 주요 선원 4명에게 적용한 살인죄가 과연 법원에서 인정될까. 검ㆍ경 합동수사본부의 수사를 통해 드러난 이들의 사고 이후 행적은 ‘그들은 악마였다’는 비난이 나올 정도로 충격적이지만, 재판에서 살인죄, 특히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죄를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과거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기소된 사건 중 세월호 참사와 상황이 유사한 사건은 찾기 어렵다. 결국 기존 판례들에서 일부를 추출해 참고하고, 검찰이 여러 상황을 가정해 면밀한 입증을 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1970년 기상악화 상황에서 발생한 남영호 침몰 사고(321명 사망, 선장 등 13명 구조) 당시 선장이 살인죄로 기소됐으나 법원은 과실치사상죄만 인정해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법원은 과적으로 인해 살인을 의도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선장이 죽음을 무릅쓰고 사고 발생을 예견하면서까지 과적 운항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살인죄 성립의 주요 요건인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 남영호 사건처럼 사고 원인이 아니라 사고 이후 승객들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탈출한 것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했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
사고 이후 추가적인 은폐 행위를 ‘고의성’의 주요 증거로 채택한 판례도 참고할 만하다. 서울고법은 2006년 치료비를 걱정해 호흡곤란 증세의 6세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최모(49)씨에 대해 “피해자의 사망 이후 친지나 자원봉사자에게 이를 알리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피해자의 소재를 감춘 행위 등을 봤을 때 살인의 고의성이 넉넉히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는 ‘작위 의무’의 범위에 대해서도 법원의 판단은 엄격하다.
인천지법은 2003년 과거 내연관계였던 여성이 독극물을 마시는 것을 방치해 숨지게 해 살인죄로 기소된 박모(58)씨에게 유기치사죄만 적용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부작위 살인죄가 적용되기 위해선 단순히 도덕상 종교상의 의무로 작위의무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인 의무가 있는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법학계에선 고의성을 인정하려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상황을 인식하는 것’에서 더 나가 당시 상황을 그대로 내버려두기로 ‘결심’했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증명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 형사합의부 부장판사는 “이번 재판의 유무죄는 검찰이 이 선장 등의 행위와 고의적인 결심을 어떻게 효과적이고 객관적으로 연결하느냐 여부에 달려있다”라며 “선장 등이 ‘나도 죽을 수 있는 상황이라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할 경우에 대비해 검찰이 여러 반박 카드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검찰 고위간부 출신의 변호사는 “사고 직후 스스로 배 밖으로 나와 구조된 승객들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망자 가운데 탈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다른 요인으로 숨진 사람도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어렵겠지만 검찰이 이런 추가 행동으로 숨진 희생자들을 제외하고 이 선장 등의 행위로 직접 사망했다고 추정되는 인원을 정확히 특정해야만 재판부의 유죄 선고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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