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인 15일 오후 1시20분 서울 중랑구 망우동 이대병설미디어고 진관 2층 1학년 1반 교실 앞. 복도 끝에서 피어 오른 뿌연 연기가 순식간에 복도 전체를 뒤덮었다. 그 순간 “1학년 1반 앞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니 전교생은 침착하게 운동장 원형광장으로 대피하기 바랍니다”란 안내방송이 나왔고, 수 차례 화재 경보음이 울렸다. 수업을 받던 각 교실의 학생들은 저마다 준비한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재빨리 두 줄로 맞춰 섰다. 앞장 선 교사가 학생들을 향해 소리쳤다. “우왕좌왕하지 말자!” 학생들은 일제히 “네”라고 답한 뒤 자세를 낮추고 교사를 따라 교실을 빠져 나갔다. 5분 뒤, 인솔 학생들의 숫자를 파악한 교사 68명이 차례로 “전원 다 무사합니다”라고 소리쳤고, 원형극장에 모인 전교생 723명이 다같이 박수를 치는 것으로 이날 화재 대피훈련은 끝났다.
이날 훈련은 이 학교 교사들이 지난 9일 직접 관내 중랑소방서에 의뢰해 이뤄졌다. 강당에 모여 앉아 방송을 통해 교육하던 방식 대신 실제 몸으로 체험하는 대피훈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재난 상황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제자를 지키겠다’는 교사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가상 훈련이었지만 대피하는 내내 교사와 학생들의 움직임은 긴박했고 표정은 진지했다. 교사와 학생들은 대피훈련 외에도 소화기 사용법 등 각종 소방교육을 체험했다. 박미경(50) 생활지도부장은 “세월호 참사를 보며 학생들을 교실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며 “학생들의 안전이 보장돼야 교육도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매일 교복 상의에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닌다는 2학년 김유진(16)양은 “실제로 연기가 자욱해 무섭고 정신이 없었다. 선생님 뒤만 따라 차분히 대피하려고 했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 화재 등 사고에 확실히 경각심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희순 중랑소방서 홍보교육팀장은 “최근 3년 간 전국 초ㆍ중ㆍ고교에서 발생한 화재만 237건에 달하는데 그 중 절반이 학생들이 생활하는 교실 등에서 발생한다”며 “직접 체험하는 대피훈련으로 피해를 예방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