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별한 친분관계를 유지해온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과 김용 세계은행(WB) 총재가 세계 여권신장 및 여성 교육력 제고를 위해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WB빌딩에서 열린 ‘번영의 공유를 위한 여성 권리 제고’토론회에 함께 참석, 개발도상국 및 후진국 여성 교육을 확대 방안을 모색했다.
토론회에서 제니 크루그먼 WB ‘성(性)ㆍ개발’담당 국장은 “저학력 여성이 가정 안팎의 폭력이나 가난, 그리고 조혼(早婚)에 노출돼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전세계에서 7억명 이상 여성이 남편이나 파트너로부터 육체적 또는 성적 폭력에 시달리고 있으며 인도에서 나이지리아에 이르기까지 향후 10년간 1억4,200만명 여성이 18세 이전에 결혼을 강요 받을 것으로 추산됐다.
클린턴 전 장관과 김 총재는 발언 순서를 주고 받으며 여권 신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총재는 “여성 잠재력 성취를 가로막는 각종 제약과 박탈이 개인은 물론 가족, 공동체, 그리고 국가 전체에 엄청난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클린턴 전 장관도 “여성 불평등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지도자들을 보면 점점 인내력이 없어진다”며 “여성들은 참아서도 안 되고 낙담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세계 여성의 정치ㆍ경제 활동 참여를 독려하는 ‘유리 천장 깨기’(No Ceilings) 운동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 주변에서는 클린턴 가문과 김 총재의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한 친밀한 관계가 또다시 확인됐다는 반응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2001년 퇴임 후 김 총재가 설립한 ‘건강동반자’라는 시민단체와 협력하며 인연이 시작됐는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 당시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을 WB 총재로 지명한 것도 클린턴 가문의 적극 천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전 장관이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면 김 총재가 연임하거나 행정부 요직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김 총재는 “여성들이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세계 주요 강대국의 수장이 될 것”이라고 말해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하는 청중들의 환호와 박수를 이끌어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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