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어제 발표한 세월호 중간수사 결과를 보면 참담한 심정이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간 구석이라고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미숙한 조타에 화물은 대충 묶고, 선원들은 자기 살 궁리만 하고 있었다. 배 안에 타고 있던 선원 누구도 안전의식이나 승객들의 생명에는 털끝만큼도 관심이 없었다.
검찰 수사 내용에는 선원들의 인면수심의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선원들은 오전 8시30분 경력 1년도 채 되지 않은 3등 항해사가 무리한 변침으로 배가 급격히 기울자 조타실에 모였다. 곧 물이 침수 한계선까지 차 오르고 선실 문이 수압으로 열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선원들은 탈출을 결정했다. 배가 기울자마자 자신들이 빠져나갈 궁리만 했다. 구조 요청을 하는 사이 옷을 갈아입고 소방호스를 몸에 묶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해상교통관제센터에서 “민간 선박들이 승객 탈출에 대비하고 있다”고 알려줬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구조정을 타고 육지에 닿을 때까지 선원들은 해경에게 구호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청조차 하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들이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 있었다.
검찰이 선원 15명을 기소하면서 이준석 선장 등 4명에게 이례적으로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혐의를 적용한 것은 납득할 만하다. 사고 당시 승객들이 위험에 처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탈출해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판단할 근거가 충분해 보인다.
검찰이 밝혀낸 사고 원인도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유속이 빠른 위험지역에서 급격히 방향을 바꾼 게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세월호는 무리한 증축으로 복원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배였다. 화물 과적에 허술한 고박(결박)이 더해져 복원성을 잃은데다 화물을 더 싣기 위해 평형수까지 빼버린 상태였다. 기계 고장도 아닌 안전규정 미비와 운항 미숙으로 대형 여객선이 침몰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안전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과 기본조차 안돼 있는 우리 현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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