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세청 범죄수사국이 15일 세월호 선사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탈세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수사는 한국 법무부가 검찰 소환에 불응한 채 미국에 체류 중인 유씨 자녀 및 측근들의 신병 확보를 위해 미국에 요청한 수사공조와는 별개로 미 국세청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범죄수사국 관계자는 “유씨의 차남 유혁기(42)씨가 미국에 세워진 구원파 교회의 헌금을 사업 용도로 유용했다는 내용의 고소ㆍ고발장이 여러 건 접수돼 수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범죄수사국은 혁기씨가 미국에서 8개 사업체와 종교기관을 운영하며 탈세와 돈세탁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범죄수사국은 혁기씨의 미국 내 소재지를 이미 파악했으며,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신병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혁기씨는 세모그룹의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 최대주주(19.44%)이고, 관계사인 문진미디어와 사진전시업체 프레스프랑스의 대표도 맡고 있다. 혁기씨가 이들 기업에서 얻은 수입을 미 국세청에 신고했는지도 이번 수사의 대상이다. 미국 영주권자인 혁기씨가 국내 수입에 대해 미 세무 당국에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탈세가 된다. 미국에 조기 유학한 유씨는 최근 미국 시민권 신청을 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세청 범죄수사국은 면세 혜택이 부여되는 종교단체의 탈세, 돈세탁을 전문 수사하는 기관으로 유명하다. 1981년 문선명 전 통일교 총재가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헌금의 이자를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았다며 탈세 혐의로 구속하기도 했다.
앞서 유씨 일가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은 혁기씨와 유씨의 장녀 섬나(48)씨 등에게 세 차례 소환 통보를 했으나 끝내 응하지 않자 체포영장을 발부 받고 여권무효화 등 강제 소환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혁기씨가 해외에서 버티면 최종 신병을 인도 받기까지 수 년이 걸릴 수도 있다. 미 국세청 범죄수사국의 수사는 한국측의 공조 요청과 관계없이 진행되는 것이지만 혁기씨의 자진 귀국을 압박하는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돼 검찰의 유씨 일가 비리 수사가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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