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명의 이란 여성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이슬람 전통복장인 히잡을 벗은 사진을 잇따라 올리며 이란의 권위적 문화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란 저널리스트 매쉬 앨리네자드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란 여성들이 보내온 히잡을 벗은 사진을 올리면서 이란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최근 보도했다.
앨리네자드는 “지난 열흘 동안만 약 1만3,000명의 사람들이 내 페이스북에 방문해 ‘좋아요’를 누르며 호응했다”면서 “이란 각지에 있는 여성들은 자신이 히잡을 벗은 사진도 공개해달며 사진을 보내오고 있다”고 말했다.
앨리네자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같은 사진들을 올리기로 한 것은 이란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필요성을 느껴서다. 엘리네자드는 “히잡을 쓸지 말지는 이란 여성들이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기본적 권리”라면서 “그러나 가부장적인 이란 사회에서는 이런 여성들의 주장을 호소할 공간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란에서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여성들에게 히잡 착용을 강제하고 있다. 거리를 지나가는 여성들이 히잡을 쓰고 있지 않거나 약간 헐겁기만 해도 경찰이 현장에서 체포해가는 정도다. 이슬람 율법은 여성의 드러난 얼굴이 남성의 욕정을 자극하고 도덕적으로 타락시키기에 히잡으로 여성의 얼굴을 가려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란 여성들이 보기에 이 같은 히잡 문화는 지나치게 남성 중심적이며 여성 차별적이다. 이란 여권 신장의 발판은 ‘히잡 거부’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란 여성들이 앨리네자드에게 보내온 사진들을 보면 이란의 권위적 문화에서 탈피해 자유를 누리길 원하는 그들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다.
이란에 사는 한 여성은 자신의 어머니와 바닷가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앨리네자드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했다. 그 여성은 “어머니와 난 바닷가에 있는 바위 위로 기어 올라갔다. 히잡을 벗자 머릿결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이 느껴졌다. 전에는 전혀 느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게 그렇게 큰 요구인가?”라고 적었다. 테헤란에 사는 마리암은 ‘자동차를 타는 동안 가지는 나의 은밀한 자유’라는 제목으로 운전석 핸들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마리암은 “차로 도로 위를 달릴 때 창 밖에서 얼굴로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도 좋다”고 적었다.
앨리네자드는 이들이 보내온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하고 있지만 실명 공개 여부 등은 철저히 본인의 동의를 얻어 진행하고 있다. 이란 사회에서 언제든 공격적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앨리네자드는 “난 히잡을 쓰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히잡을 쓸지 말지를 결정할 자유는 분명히 그들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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