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업체 전화조사원 김모(44ㆍ여)씨는 고약한 응답자와의 통화에 이골이 나 있다. ‘귀찮다’ ‘시간 없다’고 무시하는 것은 “그래도 양반”이다. ‘왜 그런 걸 묻느냐’며 거칠게 응답하는 경우도 많다. 임의전화걸기(RDD)로 진행되는 조사의 경우 개인 정보 유출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회사로 항의 전화를 해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따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고 말했다. 전화상 목소리가 분명 50대 이상 중년 남성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20대 라고 답하는 응답자도 있다. 이럴 땐 표본 조사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그래도 다행히 최근에는 국민 의식 수준이 높아져 욕설이나 음담패설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다고 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이런 우여곡절과 숱한 통화를 거쳐 그럴 듯한 결과로 나오지만 그 과정도 단순하지 않다. 우선 여론조사기관은 업체로부터 조사 의뢰를 받으면 먼저 ‘설계’에 착수한다. 조사 기간과 표본 수, 방식 등을 기획한 뒤 이에 맞게 질문지를 작성하는 과정이다. 표본 추출은 통계청 전국 인구통계사항을 참고해 비례할당 하는데, 특히 선거 조사의 경우 지역 특성, 성별, 직업, 나이까지 세밀하게 감안해야 한다.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분석에도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선거여론조사 질문지는 간단 명료하고 길지 않게 질문 수를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질문 항목과 양이 많아 조사 시간이 오래 걸리면 응답자들의 답변 거부 사례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통화 시간은 5분 정도가 적당한 데 전문 조사원들은 대상자와 10~15개 질의응답을 주고 받는다. 1차 질문지가 작성되면 의뢰 업체와 수정ㆍ보완 작업을 거친 뒤 선관위에 신고한다. 통상 신고 후 2일 뒤 조사에 들어가며 갑자기 후보자 사퇴 등 질문지 내용 변경 사안이 발생할 경우 선관위에 즉시 재신고해야 한다.
응답률은 5~30%까지 조사 방법 및 상황에 따라 다르다. ARS조사는 응답률이 5%내외로 매우 낮다. 반면, 전화 면접 응답률은 20% 안팎이다. 최근에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정치 불신 및 무관심이 높아지면서 10%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선거운동이 본격화해 후보자간 대결 구도가 선명해지면 30%를 넘는 경우도 있다. 전화 면접은 ‘모른다’ 혹은 ‘답하지 않겠다’는 응답 비율이 ARS에 비해 2-3배 가량 높은 게 특징이다.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정치적 지지성향을 남들에게 밝히기 꺼려하는데 이런 정서가 전화 면접 조사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유선전화 조사 방법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휴대전화 조사비율을 5대5까지 높이는 추세다. 경인지역 젊은 층은 서울로 출퇴근 하는 경우가 많아 일과 시간에 진행되는 유선전화 조사만으로는 이들의 표심을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수도권 변두리 지역과 지방의 경우에는 유선전화 비율이 높더라도 유의미한 결과를 얻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론조사에 투입되는 인력은 사안의 긴급성 및 조사 규모 등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0명 안팎이다. 물론 규모가 클 경우 하루에 70여명도 투입되기도 한다. 여기에 설문 문항을 설계하는 연구원, 테스트 및 실사 담당, 통계분석 및 보고서 작성 등에 전문 연구원이 4~6명 정도 참여한다.
전화면접원은 주부나 여대생 비중이 높다. 여성이 전화조사를 할 경우 아무래도 답변율이 높기 때문이다. 대형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전문 조사ㆍ상담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소형 업체들은 조사원 리스트를 작성해 조사 때 마다 무작위로 선별ㆍ고용하기도 한다. 면접원 보수는 하루 일당 7만원 안팎이며 ‘대목’인 선거철에는 2배 가까이 오른다. 또 특별히 응답 성공률이 높은 ‘우수 면접원’에게는 별도의 인센티브가 주어지기도 한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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