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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생존학생 지원 어떻게] 슬픔 잊기도 전에 생계 걱정… 그들을 홀로 두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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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생존학생 지원 어떻게] 슬픔 잊기도 전에 생계 걱정… 그들을 홀로 두지 말아야

입력
2014.05.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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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현장은 사고 한 달을 앞두고도 아직 수습이 진행 중이지만 한편으로 유가족과 생존학생들은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시신 수습과 장례 등으로 경황이 없었던 이들에게 생계가 새로운 벽으로 다가온다. 더구나 세간의 관심이 줄어들면 더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잊혀질 수 있는 이들을 “혼자 두지 말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원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끝이 아니라 그 지원망에서 벗어나는 이들이 없도록 피해자들에게 적극 다가서야 한다”는 것이다.

생계 장기적 지원 필요

유족들에게 가장 먼저 닥치는 문제는 생계다. 지난달 16일 수학여행 보낸 아들을 잃은 박모(51)씨는 “먹고 살 걱정을 하는 제 자신이 한심스럽다”고 했다. 사고 이전 시멘트 등을 나르며 일당 10만원을 받았지만 벌써 한 달 째 공사장에 나가지 못했다. 직원이 4명인 영세 의류업체 제봉사로 월 70만~80만원을 벌었던 어머니 역시 충격으로 일손을 놓아 경제활동이 모두 끊긴 상태다. 그동안 저축했던 돈으로 근근이 살고 있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집에 모아둔 금액이 얼마나 있겠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는 “공사장 일은 매 순간 조심해야 하는데, 아들 일에 신경 쓰다 보면 사고를 낼 것 같아 공사장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희생자가 남긴 빚에 대한 변제 독촉전화로 이중 삼중의 고통을 당하는 유가족들도 있다. 한 유가족은 “희생자가 남긴 빚 때문에 변제 독촉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고 어떤 가족은 과태료를 감수하면서 희생자의 사망신고를 미루기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 희생자 유족들은 희생자들이 남긴 채무에 대한 원금과 이자 등의 납부를 유예해 주길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사고 발생 후 일을 못한 유가족들에게 생계지원을 하고 있지만 단기ㆍ늑장 처방인 게 문제다. 이달 8일에야 긴급생계비(4인 가구 기준 월 108만원)를 처음 지급했고, 그 마저 최대 6개월만 지원한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방재안전관리연구센터장)는 “유족들이 6개월 넘도록 일상생활에 지장이 따를 수 있다”며 “생계지원은 최소 반년 이상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면 안 돼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해 심리치유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이달에만 벌써 유가족 두 명이 “희망이 없다”며 자살을 기도했었다. 대구지하철참사 유가족의 트라우마를 연구한 이선영 루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낯선 심리치료사 대신 친한 이웃들의 ‘우애 방문’을 통해 피해자들의 닫힌 마음 문을 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원시스템이 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유가족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지원을 요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건강상태 확인 등 생활안정을 위해 안산시청 공무원과 유가족을 1대 1로 연결한 행정돌보미를 5월 초부터 시행 중이나 단원고가 위치한 경기 안산 고잔1동의 한 통장은 “우리를 통해 접촉하는 수준인데, 지원받길 거부하며 두문불출하는 유가족도 상당수”라고 했다.

단원고 학생 전담팀 구성해야

아직도 합숙생활을 하며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고 심리치료도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생존 학생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안현의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친한 생존학생 3~5명씩 모아 회복 그룹을 만들고, 이를 장기 관리하면서 자연스레 치유가 되도록 하는 방안을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가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는 피해 규모가 커서 단원고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팀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단원고에서 심리 치유 활동을 하고 있는 서천석 서울신경정신과 원장(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은 “현재 경북대병원 학생정신건강센터가 학생들에 대한 심리치료를 담당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자원봉사 의사들에게 기댈 수는 없다”며 “장기적으로 학교에서 일할 수 있는 스쿨 닥터를 도입하든지 또는 외부에서라도 단원고 학생을 맡을 2,3명의 소아정신과 의사를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만성화한 트라우마는 10년이 지나도 계속 되는 만큼 트라우마센터는 원래 방침인 최소 3년보다 장기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안현의 교수는 “그간 정부의 대형사고 심리치료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트라우마의 범위를 사고 발생 1,2달 안에 나타나는 무기력감 등 몇 가지 증세로 좁게 정의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안산=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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