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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유 수출 금지 '40년 빗장' 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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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유 수출 금지 '40년 빗장' 푸나

입력
2014.05.14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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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전세계 석유생산량 순위/2014-05-14(한국일보)
19-41-전세계 석유생산량 순위/2014-05-14(한국일보)

미국은 세계에서 중동국가 못지 않게 많은 원유를 매장하고 있는 나라. 하지만 1970년대 ‘제1차 석유파동’ 이후 원유를 국내에서만 쓰고, 수출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 정부는 현재 원유수출 재개를 적극 검토중인 상태다. 이 경우 세계 원유시장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올 것이란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12~13일 서울에서 열린 ‘제5차 클린에너지 장관회의’에 참석했던 어니스트 모니즈 미 에너지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유수출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앞서 존 포데스타 백악관 선임고문도 지난 8일 뉴욕에서 열린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 토론회에서 미국의 원유수출 허용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생산량 동향 및 미국 내 정유 능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이 원유수출을 재개할 경우 1차 석유파동 때인 1975년 이후 40년 만이다. 당시 미국은 에너지 안보차원에서 원유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했으며, 캐나다 등 주변 일부 국가에만 제한적으로 공급해왔다.

미국이 최근 들어 원유수출 허용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건 ‘셰일가스 붐’ 때문이다. 셰일가스는 오랜 세월 모래와 진흙이 쌓여 단단하게 굳은 퇴적암(셰일)층에 매장된 천연가스와 원유로, 최근 시추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생산량이 급격히 늘고 있다. 여기에 미국 해안에 매장된 해양석유와 오일샌드(원유를 포함한 모래) 개발도 본격화 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산유량은 지난 3월 하루 820만 배럴로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957만 배럴)에 근접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2012년 이미 미국이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2위 산유국이 됐다는 통계를 내놓기도 했으며, IEA는 “2017년이 되면 미국의 하루 생산량이 1,100만 배럴에 달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렇듯 국내에서 쓰고도 남을 만큼의 원유가 생산되자, 대형 석유회사들은 이미 정부에 원유 수출 재개를 요구해왔다. 여기엔 의회도 가세해, 리사 머코스키 공화당 상원의원은 올 1월 원유 수출 허용을 요구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만약 미국의 원유수출을 재개할 경우, 그간 중동 중심이던 국제 에너지시장에 큰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셰일가스 샌드오일 등 새로운 원유채굴로 인해 국제 석유가격은 2~3년째 추가 상승 없이 배럴당 100달러 전후에서 안정된 상태인데, 만약 미국이 해외로 기름을 팔기 시작하면 유가는 더 떨어질 공산이 크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셰일가스가 더 많이 개발될수록 가스가격은 하락할 것이고 이는 원유가격을 함께 떨어뜨릴 것”이라며 “중동정세 등에 따라 유가가 일시적으로 오를 순 있지만 셰일유 확대와 천연가스 중심의 에너지지형 재편 등을 감안하면 유가는 이제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걸림돌도 있다. 에너지안보를 위해 수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특히 셰일가스 개발에 환경보호론자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오세신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실 부연구위원은 “원유 수출을 시작하면 자국 내 난개발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될 수 있고 그로 인한 민주당의 반대 공세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미 정부 내에선 수출재개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경우, 가격유지를 위해 중동국가들이 감산에 들어갈 공산도 크다는 분석이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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