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증권사들이 최근 원금 보장 상품에 눈길을 돌리며 돌파구 모색에 나서고 있다.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이 꾸준히 은행에 몰리는 건 어떤 상황에서도 최소한 원금은 건질 수 있기 때문. 증권사들은 이에 따라 원금 보장은 물론 은행 예금금리보다 높은 구조화 상품을 대폭 늘리며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판매금액을 기준으로 전체 파생상품 중 원금보장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12.1%에서 지난해 말 39.7%로 높아졌다. 10개 중 4개 가량이 원금 보장 상품이라는 얘기다.
발행금액 증가폭은 훨씬 크다. 이 기간 2조4,636억원에서 25조391억원으로 무려 10배 이상 늘었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를 찾는 고객들은 대체로 위험성보다는 수익성에 관심이 많지만,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는 등 시황이 계속 좋지 않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안정성 쪽으로 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요즘 가장 적극적으로 출시하는 원금보장 상품은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다. 신한금융투자는 전날 원금을 보장하면서 최대 연 5% 수익을 지급하는 ‘쿠폰 적립형 ELB’를 출시했다. 유진투자증권도 원금을 보장하면서 최소 연 3.7% 수익을 보장하는 ELB를 내놨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요즘 기껏해야 2% 중반대인 것을 감안하면 꽤 높은 수익률이다.
ELB 상품은 자산의 95~97% 가량은 안정적인 국공채나 우량 회사채 등에 투자하되 나머지 3~5%에 대해서 지수 움직임을 예측해서 일정 주가에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사거나, 현물을 팔고 선물을 사는 식으로 어떤 경우에도 일정 수익 이상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된다. 특히 최근에는 보장 수익률이 높아지는 추세. 신한금융투자 한 관계자는 “기존 원금보장형 ELB 상품의 경우 기초자산의 성과에 따라 원금만 찾아가는 경우도 많았다”며 “투자자의 수익률을 좀 더 높이는 방향으로 상품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중위험ㆍ중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성향이 강화되면서, 업계는 주가는 물론 펀드, 원자재 등 다양한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원금보장형 기타파생결합사채(DLB) 상품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펀드 연계 공모 DLB에 거는 기대가 크다. 펀드 투자와 비교해 기대수익률은 다소 낮아지지만, 원금손실 가능성이 없는 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2월 유럽에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한 공모 DLB를 처음으로 내놓은 데 이어, 다른 증권사들도 펀드 연계 DLB 출시를 준비 중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만큼 다양한 상품 조합이 가능해졌다”며 “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있다. 금융당국은 펀드 연계 DLB 발행에 신중한 입장. 기초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국내 펀드를 설정액 500억원 이상, 선취ㆍ환매 수수료가 있는 펀드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자투리펀드까지 기초자산으로 허용할 경우 DLB의 부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불만이 많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기초자산이 되는 펀드 모두에 대해 개별 신용등급 평가를 받을 것도 요구한다”며 “신뢰성을 검증하겠다는 뜻은 이해하지만, 사실상 펀드 연계 DLB발행을 막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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