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주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순자산, 즉 국부(國富)가 1경6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7.7배에 달한다. 정부나 기업을 제외하고 가계만 떼놓고 보면 4인 가구당 평균 순자산은 4억8,449만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가구가 빚을 빼고도 평균 5억원에 육박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인데, 소수의 부자들에게 집중된 막대한 가격의 부동산이 평균을 대폭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은 14일 국민계정 통계의 국제기준에 맞춰 국민대차대조표(B/S)를 공동 개발, 이 같은 추계 결과를 처음으로 산출했다고 밝혔다.
2012년 말 현재 우리나라 국부인 국민순자산은 1경630조6,000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하면 464조6,000억원이 불어났다. 우리나라 국민 수로 나눠본 1인당 순자산은 2억1,259만원에 달한다.
국부이기는 하지만, 무작정 많다고 좋은 건 아니다. 국부의 구성을 보면 비금융자산이 1경731조7,000억원에 달하는 반면, 금융자산은 마이너스(-) 101조1,000억원이다. 금융의 경우 자산(1경995조원)보다 부채(1경1,096억1,000만원)가 더 많기 때문에, 국부는 대부분 비금융자산으로 구성돼 있는 셈이다.
문제는 비금융자산의 절반이 넘는 52.2%가 토지자산이라는 점이다. 2012년 말 기준으로 시가 기준 우리나라 토지자산은 5,604조8,000억원에 달한다. 토지자산은 2000년 GDP의 3.1배에서 2012년 4.1배로 불어나면서 그 비중이 점점 더 확대되는 추세. 캐나다(1.3배), 네덜란드(1.6배)는 물론 일본(2.4배)이나 프랑스(2.8배)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특히 2012년 말 주택(부속토지 포함)의 시가총액은 3,094조3,000억원으로 GDP의 2.2배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토지와 주택 등 부동산 가격의 등락에 따라 국부 규모가 심하게 요동칠 수 있다는 얘기다. 토지자산 외에 비금융자산은 ▦고정자산(건설ㆍ설비ㆍ지식재산생산물) 4,765조1,000억원 ▦지하자산(광물) 26조원 ▦입목자산(활엽수, 침엽수 등) 21조6,000억원 등이다.
경제 주체 별로 보면 가계(비영리법인 포함)의 순자산이 6,056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정부가 2,736조원, 그리고 기업이 1,837조9,000억원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를 위해 구매력평가환율(PPPㆍ2012년 달러당 847.93원)로 평가한 가계의 순자산은 4인 가구 기준으로 57만1,000달러, 우리 돈으로 4억8,449만원이다. 미국(90만2,000달러)의 63% 수준, 일본(69만6,000달러)의 82% 수준이다. 시장환율(2012년 1,126.47원)로 비교를 해보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우리나라는 43만달러로 미국의 48%, 일본의 47%에 그친다.
가계 순자산의 부동산 의존도는 훨씬 더 높다. 부동산이 대부분인 비금융자산은 4,736조5,000억원으로 가계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8.2%에 달한다. 금융 순자산은 1,320조2,000억원(21.8%)에 불과하다. 비금융자산 비중이 미국(35.3%) 일본(46.5%) 등에 비해 현격히 높다. 한은 관계자는 “소수의 부동산 부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토지와 주택의 높은 자산가액이 가계의 평균 순자산을 크게 끌어올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갈수록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확인됐다. 2012년 전 산업의 자본서비스물량 증가율은 4.0%. 자본이 얼마나 투입되는지를 보여주는 이 수치는 16.7%(1970년대) →11.4%(1980년대) →10.4%(1990년대) →5.1%(2000~2008년)→ 4.6%(2010~11년) 등으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경제가 성숙단계에 접어든데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추세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국민대차대조표(B/S)란
이날 처음 공개된 국민대차대조표는 특정 시점에 재무상태를 볼 수 있도록 자산, 부채 및 자본을 표시하는 기업 대차대조표처럼 국가 전체의 재무상태를 일목요연하게 담고 있다. 그간 통계청이 발표해 온 국가자산통계가 실물자산만 포함한 반면 이 통계는 비금융자산과 금융자산을 모두 아우르며, 최신 국제기준(2008SNA)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특히 토지 등 비금융자산의 가액를 취득원가로 기록하는 기업회계와 달리 시장가격(시가)으로 표시를 함으로써 매년 자산의 변동을 정확히 추계할 수 있다. 이 통계는 잠재성장률 추정이나 산업별 생산성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설명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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