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수원 세류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공을 찼다. 6학년이던 1993년 팀을 전국대회 준우승으로 이끌었고, 그 해 ‘차범근 축구상’ 수상으로 이름을 떨쳤다. 그러나 작은 키와 왜소한 체격, 치명적인 평발 탓에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수원공고를 졸업하고 명지대에 입학해 평범한 선수로 남는 듯 했지만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과 치른 평가전에서 당시 허정무 감독의 눈을 사로잡아 한국 최고 축구 스타의 등장을 알렸다.
‘영원한 캡틴’ 박지성(33)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박지성은 14일 수원 영통구 박지성축구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다는 것을 말씀 드린다”며 “무릎 상태가 다음 시즌을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해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은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눈물이 날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축구 선수로 남아있는 미련은 없다”고 웃어 보였다.
유니폼 10벌, 박지성을 말하다
박지성 측은 기자회견장 앞에 유니폼 10벌을 나란히 진열했다. 세류초-안용중-수원공고-명지대-국가대표팀-교토퍼플상가(일본)-에인트호벤(네덜란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ㆍ잉글랜드)-퀸즈파크 레인저스(QPRㆍ잉글랜드)-에인트호벤 유니폼은 24년에 걸친 박지성의 화려한 축구 인생을 나타냈다. 박지성은 가장 애착이 가는 유니폼으로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꼽았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대표로 발탁된 박지성은 이듬해 일본 J리그 교토퍼플상가를 통해 프로에 데뷔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대표팀 기둥으로 자리매김한 그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아 2003년 에인트호벤에 둥지를 틀며 유럽 리그에 도전장을 던졌다.
2005년에는 세계적인 명문 클럽 맨유와 입단 계약을 하고 한국인 1호 프리미어리거 훈장을 달았다. 맨유 시절 왕성한 활동량으로 ‘두 개의 심장’, ‘산소 탱크’ 등 다양한 닉네임을 얻었다. 한 때 무릎 부상 때문에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그는 오뚝이처럼 재기했다.
대표팀에서의 활약도 돋보였다. 2000년 4월5일 라오스와 아시안컵 1차 예선전 멤버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박지성은 일본과의 2011 아시안컵 준결승전을 통해 A매치 100경기(13골) 이정표를 세우고 태극마크를 내려놓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는 이날 박지성의 은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 “박지성이 아시아에서 가장 훌륭한 선수로 만들었던 선구자적인 커리어를 마감했다. 그는 2002년 월드컵 4강에 진출했고, 아시아선수로는 첫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았다”고 회상했다.
박지성의 은사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좀 더 뛰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선수의 선택을 존중해줘야 한다”며 “앞으로 한국 축구를 위해 많은 일을 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지성의 향후 계획은
QPR과 1년 계약을 남겨 놓은 상태에서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은 당분간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그는 “일단 유럽에 머물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지성이 은퇴한 뒤 곧바로 해설위원으로 나설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본인은 “사실과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해설가를 생각해 본 적은 없다”면서 “내가 해설을 하면 (현역)선수들 비판을 많이 할 것 같다. 후배들에게 그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박지성은 또 “지도자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것을 누누이 밝혀왔다”면서 “행정가를 꿈꾸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확한 목표는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한국 축구, 한국 스포츠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도록 준비하겠다. 그때까지 공부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지성은 은퇴를 선언했지만 완전히 유니폼을 벗은 것은 아니다. 오는 22일과 24일 에인트호벤 한국 투어를 함께 소화할 예정이다. 에인트호벤은 2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 삼성과, 24일에는 창원축구센터에서 경남FC와 친선 경기를 펼친다. 박지성은 내달 인도네시아에서 예정된 자신의 이름을 딴 자선 경기 ‘아시안드림컵 2014’도 준비한다. 또 7월에는 K리그 올스타전에도 나설 계획이다.
한편 박지성은 7월27일 서울 광장동 W호텔에서 화촉을 밝힌다. 이날 기자회견 말미에는 ‘피앙세’ 김민지 전 SBS아나운서가 무대 위로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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