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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박타박...햇살 한 줌, 바람 한 점과 행복한 동행

입력
2014.05.1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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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길은 걷기코스로 조성된 '새재넘어 소조령길'의 1코스로 아름다운 고개와 골짜기마다 옛이야기가 넘쳐나는 곳으로,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관광 100선' 가운데 당당히 1위로 올랐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문경새재길은 걷기코스로 조성된 '새재넘어 소조령길'의 1코스로 아름다운 고개와 골짜기마다 옛이야기가 넘쳐나는 곳으로,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관광 100선' 가운데 당당히 1위로 올랐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한국의 길과 문화 이달의 걷기 코스

‘고백하거니와 나는 상점이나 사무실에 하루 종일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들의 참을성, 혹은 정신적 무감각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싯다르타와 루소와 니체와 랭보와 김시습의 공통점은 참 많이 걸어 다닌 사람이라는 것. 걷는다는 행위는 다리를 튼튼하게 할 뿐 아니라 머릿속에 도는 피톨도 맑게 한다. 마음속에 체증이 있다면 신발 끈을 묶고 나서보자. 발끝의 움직임을 음미하며 걷는 사람에게 숲과 길과 치유는, 계통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말이다. 한국관광공사와 사단법인 한국의 길과 문화가 선정한 이달의 걷기 좋은 길 가운데 다섯 곳을 추려 소개한다.

담양오방길 수목길

전남 담양군 오방길은 오방색을 테마로 만든 걷기 코스다. 1코스인 수목길은 중앙을 상징하는 황색로드. 죽녹원, 관방제림, 메타세쿼이아 가로숫길이 모여 있는 담양의 중심부 8.1㎞를 걷는 길이다. 죽녹원에서 출발해 아름드리 나무터널, 시냇물이 흐르는 둑길,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경비행장을 지나 담양온천에서 끝난다.

죽녹원은 대나무 산림욕장으로 내부 온도가 바깥보다 4~7도 정도 낮다. 8가지 주제의 산책로가 마련돼 있다. 관방제림은 선조들이 장마를 대비해 조성한 숲으로 느티나무, 푸조나무, 은단풍나무 등 177그루의 보호수가 개천을 따라 죽 늘어선 모습이 장관이다. 관방제림 입구엔 광주전남 지역의 명물인 국수 거리가 있다.

2시간 30분 정도 소요. 담양 장날(2, 7일) 찾아간다면 왁자지껄 정겨운 시골 인심도 경험할 수 있다. 담양군 관광레저과 (061)380-3154

문경새재길

경북 문경시 문경새재는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관광 100선’ 중 당당히 1위로 선정된 곳. 그만큼 역사문화, 생태환경, 자연경관 등이 두루 훌륭하게 보존돼 있다. 예로부터 영남과 한양을 잇는 간선도로였던 만큼 아름다운 고개와 골짜기마다 옛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있다.

문경새재길은 걷기코스로 조성된 ‘새재넘어 소조령길’의 1코스로 옛길박물관에서 시작해 제1관문(주홀관), 사극드라마 촬영장인 KBS 문경세트, 조령원터, 제2관문(조곡관), 제3관문(조령관)을 지나 충북 괴산 땅까지 이어진다. 8.9㎞, 3시간 30분 정도 소요. 조령관 넘어서부터가 하이라이트로 꼽히지만 제2관문 이후로는 길이 다소 가파르다. 노약자나 어린이와 함께 떠난 여행이라면 제2관문까지만 갔다가 되돌아오는 왕복코스가 적당. 이 경우 7.2㎞로 3시간 정도 걸린다. 문경시 관광진흥과 (054)550-6391

기찬묏길

전남 영암군 기찬묏길은 월출산 자락의 높고 낮은 산봉우리가 출렁이는 풍광 속을 걸어가는 길이다. 월출산은 예로부터 기가 세기로 유명했다. 조선시대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아침 하늘에 불꽃처럼 기를 내뿜는 기상을 지녔다’고 평했다. 험준한 바위산이지만 산자락에 조성된 기찬묏길은 평탄해서 어린이와 함께하는 여행에도 좋다. 이달엔 노랗게 익은 보리밭 풍경이 덤.

길은 천황사에서 출발해 아름드리 금강송 군락지, 가야금 산조를 창시한 김창조가 음률을 깨친 깨끔바위를 지나 기찬랜드에서 끝난다. 6㎞, 약 1시간 30분 소요. 영암도기 만들기, 천연염색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 걷는 길에 있다. 갈낙탕, 짱뚱어탕 등 이 지역만의 먹거리도 풍성하다. 영암 버스터미널에서 천황사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돌아오는 길엔 학산면에서 영암읍 방면 버스를 타는 것이 편하다. 영암군 도시개발과 (061)470-2396

선비문화탐방로

경남 함양군에는 선비의 마을답게 정자와 누각이 100개 넘게 남아 있다. 유생들이 벗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시문을 읊던 곳이고, 과거 보러 떠나는 길에 잠시 머물며 주먹밥으로 허기를 채우던 곳이다. 서하면 화림동계곡은 한양 가는 길에 덕유산 육십령을 넘기 전 지나게 되는 길목. 멋들어진 너럭바위마다 정자가 하나씩 들어서 팔담팔정(八潭八亭)으로 불렸다. 그 물줄기를 따라 선비문화탐방로를 만들었다.

1코스는 거연정휴게소에 있는 선비문화탐방관에서 출발해 영귀정, 동호정 등을 거쳐 농월정까지 이어진다. 6㎞, 2시간이면 충분하다. 이 코스엔 정자나 다리뿐 아니라 바위도 이름이 멋있다. 달이 비치는 못이라는 뜻의 월연암, 해를 덮을 만큼 큰 바위라는 뜻의 차일암 등. 문화재가 많은 만큼 함양군에서 운영하는 해설사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좋다. 함양군 문화관광과 (055)960-5555

용산가족공원 산책길

호젓한 걷기 여행을 바라지만 시간을 내기 힘든 서울시민에게 안성맞춤인 길. 국립중앙박물관을 끼고 한 바퀴 도는 용산가족공원 산책길은 도심에 있는 녹색 쉼터다. 이 터는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임진왜란 때 왜군이 병참기지로 사용했고, 임오군란 때는 청나라 군사가 진을 쳤고, 해방 전까지는 일본군 부대가 있었다. 이후 주한미군 사령부가 있었는데 1992년 서울시가 인수해 공원으로 만들어 개방했다.

예전에 군 골프장이 있던 자리에 잔디 공원을 만들고 연못을 파고 꽃과 나무를 심었다. 능수버들길 따라 석탑, 석등 등 다양한 문화재도 배치돼 있어 야외학습장 역할도 한다. 각종 운동기구도 설치돼 있고 조깅코스로도 손색없다. 한 바퀴 느긋이 도는 거리는 3.3㎞, 원하는 시간만큼 산책을 즐기면 된다. 서울지하철 4호선 이촌역, 국철 서빙고역에서 10분 거리. 용산가족공원 관리사무소 (02)792-5661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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