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앞두고 포항 스틸러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컸다. 지난해 더블을 달성했지만 추가적인 투자가 없었고, 베테랑 박성호(32ㆍ요코하마), 노병준(35ㆍ대구), 황진성(31) 등과도 재계약에 실패하면서 팬들의 반발을 샀다.
그러나 우려는 기우였다. 리그 개막 이후 2연패에 빠졌던 포항은 이후 8경기 연속 무패(7승1무)의 상승세를 타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결국 리그 선두(8승1무3패ㆍ승점 25)로 기분 좋게 전반기를 마무리 했다. 나아가 2014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전북 현대를 꺾고 8강 진출에 성공, 기쁨이 두 배가 됐다.
▲체계적인 유스 시스템의 결과물
전반기 포항의 돌풍을 이끌었던 득점 선두 김승대(23), 10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 신기록을 세운 이명주(24)는 모두 포항 유스 팀 출신이다. 포항은 국내 프로축구 구단 중 가장 먼저 유소년 육성에 눈을 떴다. 1985년 포철공고(현 포항제철고) 축구단을 창단한 이후 30년 가까이 꾸준히 유소년을 발굴하고 육성했다. 2003년부터 포철동초-포철중-포철공고로 이어지는 클럽 시스템을 도입했다. 포항은 외국인 선수가 없음에도 유스 출신의 선수들이 빈 자리를 메우면서 최고의 전반기를 보냈다.
올해 리그에서 7골을 넣으며 ‘깜짝’ 득점왕 후보로 떠오른 김승대는 “명주형 등 주축 선수들 대부분이 오랜 시간 발을 맞췄다는 것이 포항의 강점”이라며 “덕분에 누가 나가더라도 쉽게 적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선홍 감독의 지도력
황선홍 감독은 지난해 ‘스틸타카(스틸야드+티키타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팀을 최정상으로 이끌었다. 일부 선수들이 떠난 올해도 세밀한 패스 축구는 계속되고 있다. 황 감독은 평소 패스를 주는 것보다 공이 없는 상황에서 빈 공간으로 파고드는 것을 중시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골잡이 출신으로서 공격수 부재를 타계하기 위해 최전방 김승대에게 2선 침투를 꾸준히 강조했다. 역습 상황에서의 슈팅 등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주면서 포항의 공격력을 극대화 시켰다.
황 감독은 또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도 브라질 월드컵에 나가지 못한 이명주를 다독이며 K리그 최초 10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달성할 수 있게 힘을 실어줬다. 황 감독은 “누구나 좌절할 수 있지만 얼마나 빨리 털고 일어나는지가 중요하다. 명주는 팀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다”고 말했다. 이재상기자 alexei@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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