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기 수원 화성에 이어 광주 남한산성도 올 6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확실시 되면서 본격적인 자존심 싸움을 벌이게 됐다. 읍성과 산성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둘 다 행궁(왕의 임시거처)을 보유하고 있는 성(城)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데다 이제 유네스코 등재까지도 같아져 관광객 유치 등을 놓고 한판 대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화성은 우리나라 성곽 중 처음으로 1997년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이뤄짐으로써 국내외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실학파 정약용이 거중기라는 신기술을 도입해 만들었다는 점과, 아버지 사도세자를 잃고 개혁을 추진하다 좌절한 정조(1752~1800)의 스토리까지 겹치면서 화성은 경기도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화성은 또 축성과정을 기록한 독보적인 화성성역의궤가 남아있고, 국내 마지막 성으로 성곽기술의 집성체라는 점에서 성곽의 백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5.7km의 성곽은 남녀노소 걷기에 무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방화수류정, 공심돈, 황홍문, 노대, 적대 등 독특하면서도 수려한 건축물이 산재해 관광지로서의 매력도 만점이다.
성곽의 선두자리를 놓치기는 했지만 남한산성은 이 번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그 동안 병자호란 패배의 장소에서 세계적 관광유적지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화성과 달리 남한산성은 세계 유일의 임시수도의 기능을 했고 7~19세기의 축성술이 혼재돼 하나의 축성표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이 곳 역시 김훈의 남한산성에서 보듯이 스토리가 있고 수어장대, 숭렬전, 현절사 등 국가, 도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특히 서울 남부가 한눈에 보이는 탁 트인 전망과 옹성 포함, 12.3km에 이르는 성곽은 서울, 경기주민들로부터 온전한 사랑을 받고 있다.
남한산성문화사업단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해 현재 남한산성박물관 신축 등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행사를 준비 중이다.
전문가들은 화성과 남한산성이 경쟁보다는 시너지 효과를 더 크게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문화재단 조두원 세계문화유산담당은 “숙종 때 남한산성 외성인 한봉성 축조기술이 화성 건설 때 그대로 되풀이 됐다”면서 “두 유산은 읍성과 산성이 조화된 탁월한 사례로 투어코스를 만드는 등 네트워크를 구성하면 큰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한산성은 2008년, 화성은 2020년 복원작업이 완료돼 옛모습을 거의 되찾게 된다.
이범구기자 eb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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