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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정서의 슬픈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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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정서의 슬픈 분열

입력
2014.05.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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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침몰한 지 벌써 한 달이 다 돼간다.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아물 듯 참사의 슬픔도, 분노도 서서히 잦아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세월호의 상처는 갈수록 덧나고 있다. 확인된 주검만 275명, 아직도 찾지 못한 실종자가 29명이나 되는 처참한 상황도 그렇지만,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비극의 분쟁화다. 참사 초기만해도 모두가 슬퍼하고, 모두가 단 한 명이라도 구조되기를 손 모아 기원했다. 그러던 우리가 이제 정파로 갈려 싸우고 있다.

▦ 페이스북, 트위터, 포털에는 저주가 난무하고 있다. 유가족의 고통을 안아주는 위로는 이미 사라졌다. 그 자리엔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을 독하게 비난하는 격문과 “혼란을 사주하는 불순세력을 발본색원하라”는 음산한 요구만 가득하다. 세월호 참사를 보는 하나의 시선이 둘로 갈린 것이다. 며칠 전 미국 한인여성 커뮤니티인 ‘미시USA’ 회원들이 돈을 모아 박근혜 정부의 무능을 비판한 광고를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것을 놓고도 극명하게 엇갈린 찬반론이 쏟아졌다.

▦ ‘세월호 정서’가 분열되기 시작한 것은 일각에서 ‘박 대통령 하야론’을 제기하면서부터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이미 경험했듯이, 국민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탄핵하거나 끌어내리자는 주장은 국민 다수의 동의를 받기가 어렵다. 세월호 참사에서 정부의 무능이 드러났지만, 그렇다고 그게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는 대통령 탄핵 사유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지방선거를 눈 앞에 두고 수세에 몰린 새누리당과 보수세력 입장에서 하야론은 일종의 출구인 셈이다.

▦ 요즘 보수 언론을 보면, 세월호 참사의 정치적 선동을 경계하는 글이나 논객들의 목소리가 높다. 유가족이나 시민 집회에 배후세력이 있다고 의심하고, 심지어 종북세력이 발호하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그러나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저 박 대통령을 지지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의 정서를 부추긴다는 느낌만 든다. 또 다른 차원의 선동인 셈이다. ‘대통령 하야론’이나 ‘정치선동 배후세력 척결론’이나 세월호 참사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짓이다.

/이영성 논설위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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