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13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44)씨를 체포하기 위해 자택 앞에서 하루 종일 대기하다 오후 늦게야 집안으로 강제 진입했다. 그러나 대균씨는 이미 도주하고 자택에 없었다.
유씨 일가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이날 대균씨의 주소지로 기재된 서울 서초구 염곡동 일명 ‘세모타운’에 강제 진입해 대균씨의 신병 확보에 나섰다. 대균씨가 전날 검찰의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장인호 검사와 수사관, 서초경찰서 경찰관 등 15명은 이날 오후 6시 15분쯤 망치와 절단기를 든 소방관 5명과 함께 유씨 자택에 진입했다. 2분쯤 뒤 소방관 3명이 추가로 투입됐다. 수사팀은 내부 출입문을 개방해 자택 내 건물 4개 동을 1시간 20분 가량 수색한 뒤 대균씨가 집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철수했다. 검찰 진입 당시 유씨 자택에는 관리인이 1명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대균씨가 소환에 불응하자 체포영장을 발부 받은 수사팀은 이날 오전 9시 15분쯤부터 염곡동 자택 앞에서 진을 쳤다. 수사관 3명이 2시간에 걸쳐 계속 초인종을 눌렀으나 집 안에서는 아무 응답이 없었다. 왼쪽 대문에는 우편물 도착안내문 두 장이 붙어 있었다. 국세청과 서초경찰서가 대균씨에게 보낸 우편물이 ‘부재 중이어서 전달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자택 안에는 벤츠 2대, 스타크래프트 1대 등 차량 3대가 주차돼 있었다. 수사관들은 이들 차량에 주목해 대균씨가 집 안에 있을 수 있다고 보고 대기하다 9시간 만에 강제 진입에 나섰으나 결국 체포에 실패했다.
검찰이 이날 대균씨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유씨가 주로 머물러온 것으로 알려진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는 하루 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곳은 유씨가 설립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본거지로 알려져 있으며, 유씨는 사실상 교주로 불리고 있다.
전날 소환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찾아온 수사팀을 돌려세운 철문은 이날도 굳게 닫혀 있었다. 철문 안쪽에는 구원파 신도 300여명이 외부인의 진입을 막기 위해 모여 앉아 있었다. 대부분 여성이거나 나이가 많은 이들이었다. 일부 남성 신도들은 철문 밖에서 경비를 섰으며 차량 20여대로 주변을 에워쌌다. 이들은 ‘대한민국 헌법20조,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종교의 자유는 어디 있느냐”, “명백한 종교 탄압이다. 사죄하라”고 외쳤다.
신도들은 ‘유 회장이 안에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맞춘 듯 “나 같은 졸병이 뭘 알겠느냐. 모른다”고 답했다. 한 중년 남성은 철문 앞에서 신도들을 향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너희들은 자식도 없냐. 난 매일 밤 운다”고 언성을 높여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남성은 금수원 관계자가 내쫓으려 하자 “여긴 국가 땅이다. 거기서 집회할 권리가 있다면 나도 여기 서 있을 권리가 있다”고 맞섰다.
검찰은 대균씨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염곡동 자택 외에 다른 여러 곳에도 이날 수사관을 파견했다. 검찰 관계자는 “여러 군데 갔고,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해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유씨가 금수원 안에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열심히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수원은 유씨가 주로 거주하며 사진 촬영 등의 활동을 해온 곳으로 이미 수사 초기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검찰은 유씨가 16일 소환에 불응할 경우 바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금수원 진입을 시도할 예정이다. 그러나 체포영장만 갖고 건물 등을 수색할 수 있느냐는 논란도 있다. 지난해 철도노조 파업 당시 경찰이 노조 지도부 체포를 위해 민주노총 본부가 있는 서울 정동 경향신문 건물에 강제 진입했을 때도 같은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상황에 따라 유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을 때 금수원 압수수색 영장도 같이 발부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신지후기자 hoo@hk.co.kr
안성=전혼잎기자 hoi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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