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짜리 아이를 나흘간 재우지 않고 골프채 등으로 때려 숨지게 한 계모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의 징역 8년은 너무 가볍다”고 밝히고도 징역 8년을 그대로 선고했다. 검찰이 “형량이 적정하다”며 항소를 안 했기 때문인데, 검찰의 항소포기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김상준)는 13일 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계모 권모(34)씨에게 “지속적으로 학대를 저질러 온 권씨의 경우 피해자가 사망한 8월에 가학의 정도가 더 난폭하고 공격적으로 변해 일반적인 부모의 훈육이나 체벌이라고 도저히 볼 수 없었다”며 “학대 당시 (피해자에게) 장기매매를 운운하는 등 고도의 악의가 있었던 권씨의 행위와 피해자가 겪었을 극심한 고통 등을 고려할 때 1심의 징역 8년은 너무 가벼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검찰이 1심 선고 이후 항소하지 않아 형법상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됐으며, 항소심 재판부는 선택 가능한 최대의 형인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상급 법원은 피고인의 상소만으로는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
재판부는 “(아동학대 범죄에 대해) 엄정히 처벌하는 것이 올바른 사회 변화를 위해 법원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하면서 “아동학대죄는 일반 형법상 학대와 다르고, 더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경제위기와 가족해체 등으로 아동학대 사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에 대한 심각성을 생각한다면, (기존의) 온정적인 법원의 양형 관행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며 대법원 양형위원회 차원의 논의를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권씨는 남편 나모(36)씨와 동거를 시작한 2012년 12월부터 나씨의 본처가 낳은 A군을 무차별적으로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군은 집을 어지럽히고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사망 나흘 전부터 나씨와 권씨로부터 “혀를 잘라버리겠다” “장기를 팔아버리겠다” 등의 협박을 받으며 베란다에 감금된 채 골프채 등으로 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은 나씨에게 징역 5년, 권씨에게 징역 8년을 각각 선고했고 두 사람은 “형이 무겁다”고 항소했다. 나씨는 최근 항소를 취하했다. 권씨는 이날 선고 내내 눈물을 흘렸다.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다른 이유로 오열하던 A군의 유족들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죽은 아이를 생각하면 징역 8년은 너무 낮다”며 법원청사를 쉽게 떠나지 못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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