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서 구조된 안산 단원고 생존 학생들의 합숙이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학생들의 정신·심리적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예방은 빠른 일상 복귀가 원칙”이라며 “하루빨리 단체생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13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단원고 생존 학생 69명은 안산 중소기업연수원에서 전날부터 사고 후 처음으로 교과 수업을 시작했다. 당초 11일 끝내려던 합숙을 연장해 아직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다. 합숙과 연장 결정은 생존 학생 부모들의 요구와 도교육청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부모들이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갔을 때 받을 충격을 걱정해 24시간 지켜볼 수 있는 합숙이 낫다고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힘들지만 거쳐야 할 과정을 거쳐야 다시 삶의 터전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천석 서울신경정신과 원장(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은 “2학년 아이들이 벌써 한 달 가까이 집과 학교와 분리돼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장기간 현실감을 겪지 못하면 PTSD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일상 복귀’ ‘학교 중심 치유 프로그램’ 등을 원칙으로 내세우며 합숙을 만류했었다. 서 원장은 “단원고 1, 3학년 학생들도 학교로 너무 빨리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학교에 오고 싶어하고 학교 내에서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며 “연수원 안에 있는다고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나와서 충분한 애도의 과정을 거치는 게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소영 순천향대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생존 학생들의 회복에 집단 조문이나 편지 쓰기 같은 본인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우리 학교가 회복되는데 내가 기여했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지금 학생들은 뒤로 물러나 있다”며 “계속되면 무력감, 고립감, 퇴행 등의 심리적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가 PTSD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다. 실제로 2012년 어린이와 교사 등 27명이 사망한 미국 코네티컷주 샌드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당시 미국 교육청은 ‘일상으로의 복귀’를 중요한 과제로 내걸며 3주 만에 인근 중학교에서 수업을 재개했다.
이 교수는 “2005년 미국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난 당시 생존자들이 다른 자연 재난 생존자들과 비교해 시간이 지나도 PTSD, 우울증 같은 정신건강 문제가 심했는데, 이는 재난으로 생존자들이 돌아갈 집이나 학교, 직장 등 지역사회, 일상이 아예 사라져 버린 데 대한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집에 가고, 학교도 정상 수업하면 좋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교실을 본다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본다”며 “합숙이 언제 끝날지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에서 구조된 단원고 2학년 학생 총 75명 중 69명은 지난달 30일부터 연수원에서 부모와 함께 합숙을 하며 가정·학교 복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4명은 병원에 입원 중이다. 본인이 강력하게 희망한 2명만 집과 학교로 돌아갔다.
안산=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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