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자녀들이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잠적하면서 16일 출석을 통보 받은 유씨가 과연 검찰에 모습을 드러낼지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유씨 일가가 구속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동시에 잠적하기로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태다. 유씨가 설립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자들을 중심으로 “종교 탄압”이라는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유씨 일가는 이를 검찰 수사의 방패막이로 삼고 있다. 유씨 등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 검찰이 강제 진입할 경우 신도들과의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 어렵고, 자칫 불상사가 일어날 경우 검찰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과 교회 활동에서 유씨의 후계자로 지목된 차남 혁기(42)씨의 경우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데, 종교 박해를 이유로 해외 망명을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씨가 가족회의를 통해 자녀들을 잠적하도록 시간을 끈 뒤 일가 중에 혼자 사법처리를 받기로 입장을 정리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가 13일 유씨 출석 통보 사실을 밝히면서 “유병언씨의 경우 사회적 지위가 있으니 당연히 출석할 것으로 본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상 부모, 형제 등 일가가 연루된 비리 사건에서는 가장 혐의가 무거운 일부만 구속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사안의 중대성 대문에 유씨 일가와 계열사 대표들은 소환 조사 직후 줄줄이 구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자녀들을 잠적하도록 해 가능한 한 사법처리 대상을 줄여보자는 의도라는 것이다.
검찰은 잠적한 유씨 자녀들을 조사하지 못하더라도 유씨의 혐의 입증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장남 대균(44)씨 등을 조사하지 않아도 유씨 조사에 차질이 없는지 묻는 질문에 “그렇게 가는 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동안 수차례 압수수색을 실시해 자료를 확보했고, 계열사 대표들의 조사 등을 통해 유씨의 배임, 횡령, 탈세 등 혐의를 상당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유씨와 자녀들이 혐의를 부인할 것에 대비해 주변 수사를 다져오기도 했다.
검찰은 특히 유씨의 비자금 조성에 깊이 개입한 최측근 ‘3인방’ 가운데 해외에 체류 중인 김혜경(52ㆍ체포영장 발부) 한국제약 대표를 제외하고 고창환(67) 세모 대표, 변기춘(42) 아이원아이홀딩스 대표를 이미 구속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계열사 자금을 컨설팅 및 사진구입 비용 명목으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유씨의 아들들과 장녀 섬나(48)씨 등에게 전달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모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계열사 대표들도 대거 구속된 상태다. 검찰 수사는 사실상 유씨의 신병 확보 하나만 남은 셈이다.
인천=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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