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물건을 사고 파는 인터넷 사이트가 늘면서 경매 참여 기회가 많아졌다. 경매는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가격을 입찰하고 가장 높은 가격을 입찰한 사람에게 물건을 파는 방법이다. 물건은 최고가 입찰자에게 양도하지만, 물건의 최종 낙찰 가격은 두 가지 방식으로 결정한다. ‘최고가’ 경매에서는 최고가 입찰자가 입찰한 가격 그대로, ‘차(次)고가 경매’에서는 두 번째 높은 입찰가가 청구된다. 쉽게 생각하면 최고 입찰가를 그대로 받는 것이 판매자에게 더 이득이 될 것 같은데 왜 차고가 경매라는 특이한 방식이 생겼을까.
먼저 모든 입찰자의 입찰가가 공개돼 있을 때(인터넷 경매와 비슷한 상황) 물건의 최종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생각해보자. 여러 사람이 경쟁적으로 입찰하다가 다른 모든 사람이 포기하고 마지막에 남은 입찰자가 이기게 된다. 이때 최종 가격은 마지막에 포기한 사람의 입찰가보다 ‘조금’ 높을 것이다. 논의를 간편하게 하기 위해 마지막에 조금 더한 가격을 무시한다면 최종 가격은 바로 위에 언급한 차고가가 되는 것이다! 즉 모든 입찰가가 공개되어 있다면 최고가 경매나 차고가 경매나 결과는 비슷해진다.
하지만 거의 모든 경매는 다른 경쟁자들의 입찰가를 공개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런 경우 두 경매 방식의 최종 낙찰가는 각각 어떻게 결정될까. 먼저 차고가 경매 방식에서 청구가는 두 번째 높은 입찰가이므로 낙찰 받은 당사자가 써낸 입찰가와 관계가 없다. 따라서 참가자들은 입찰가를 낮춰 적어낼 이유가 없다. 간단한 수학모형을 통해 분석해 보면 입찰가를 공개하지 않는 차고가 경매의 경우 입찰자의 최선의 전략은 자신이 평가하는 물건의 가치를 그대로 적어내는 것이 된다.
그런데 최고가 경매에서는 낙찰 받을 경우 자신이 써낸 가격을 지불해야 할 것이므로 입찰자에게는 가격을 낮춰 적을 유인이 생겨난다. 극단적으로 경매 참가자가 두 명이라 가정하고 간단한 수학모형을 통해 분석해 보면 두 참가자는 자신이 평가하는 가치의 절반을 입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즉 상대방이 스스로 평가하는 가치의 절반을 입찰했다고 가정했을 때 나도 내가 평가하는 가치의 절반을 입찰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 된다. 모든 입찰자가 가격을 낮춰 적다 보니 결국 최종 가격은 차고가 경매보다 오히려 낮게 형성된다.
이와 같이 다른 참가자들의 전략이 주어진 상황에서 나의 최선 전략이 결정되고, 그 상황에서 참가자 모두가 스스로의 전략을 바꿀 이유가 없는 상태를 경제학에서는 ‘내시 균형(Nash Equilibrium)’이라 부른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로 유명해진 미국의 수학자 존 내시의 이름을 딴 용어다. 존 내시는 위상수학의 ‘고정점 정리’를 이용해 모든 게임 상황에서 내시 균형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참가자들이 다른 참가자들의 전략에 따라 자신의 전략을 결정하는 것을 하나의 대응관계로 보면 이 대응관계를 적용해도 변하지 않는 점(고정점)이 항상 존재하고, 이에 해당하는 전략이 바로 내시 균형이 된다. 내시 균형의 개념은 게임이론 분야를 발전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존 내시는 199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일견 일상생활과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이는 수학의 고정점 정리가 우리의 경제 활동을 설명하는 도구로 쓰이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최진원 고등과학원 수학난제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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