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목돈 만들기에 한 몫 단단히 했던 시중은행의 특별판매(특판) 예ㆍ적금 상품이 실종됐다. 일부 은행은 최근 3년 동안 단 한번도 특판 상품을 내놓지 않을 정도다. 올해는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대형 스포츠 행사가 예정돼 있는데도 좀처럼 특판을 마케팅 수단으로 채택하지 않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시중은행에서 일반 예ㆍ적금보다 한시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는 특판 상품은 2개뿐이다. 하나은행이 2월 출시한 ‘Let’s Go 브라질 오! 필승 코리아 적금 2014’와 외환은행의 ‘행복출발! 정기예금’이다. 하나은행의 특판은 기본 금리가 연 3.5%(3년제)로 한국 국가대표팀의 성적에 따라 우대 금리가 붙으며, 브라질 월드컵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현재 외환은행의 ‘오! 필승코리아 예금’상품과 함께 은행권에서 출시한 유일한 월드컵 마케팅 상품이다.
KB국민 신한 우리 농협 기업 SC 씨티 등 다른 주요 은행들은 올해 특판 상품을 하나도 내놓지 않고 있다. 농협은행은 2011년 ‘큰 만족 실세예금’을 출시한 이후 특판이 없었고, 국민은행도 소속 골프선수(박인비) 홍보를 위해 지난해 7월 내놓은 ‘박인비캘린더그랜드슬램기원예금’을 제외하고는 최근 3년 동안 특판이 없었다. 이들 은행은 월드컵을 앞둔 이달에도 특판을 내놓을 계획이 없다.
지난해만해도 은행들은 키위정기예ㆍ적금(우리), 구가의서 특판예금(하나), 행복출발! 특판예금(외환), 배구단 우승기념 고객감사 특별예금(기업) 등 4월말까지 4개의 특판 상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당시도 저금리 때문에 특판이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대출할 곳도 마땅치 않고 수신액도 충분해 굳이 역마진이 우려되는 특판을 출시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특판이 출시된다고 해도 저금리 기조가 굳어지는 상황이라 과거처럼 높은 금리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앞세워 경쟁을 벌이던 저축은행도 특판을 꺼리기는 마찬가지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예금금리만 조금 높게 올려도 자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저축은행에서도 과거처럼 특판 행사를 자주 열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판 뿐 아니라 신상품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4월말까지 등록된 신상품 공시 건수는 총 98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125건)보다 27건(21%)가량 줄었다. 올해 등록된 건수 가운데 조류인플루엔자(5건)나 폭설피해 기업 특별자금 지원(4건) 등 특별 상품을 제외하면 실제 신상품 건수는 이보다 적은 형편이다.
통상적으로 한해 중 상품 출시가 가장 많은 봄에 특판은커녕 신상품도 찾아보기 힘든 원인은 역시 경기침체 장기화다. 한국은행은 5월 기준금리를 12개월 연속 동결하면서 저금리 장기화가 이어지고 있고,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에, 세월호 참사 등 각종 사건ㆍ사고로 내수경기도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당분간 금리 상승 가능성이 낮은데다, 세월호 참사이후 사회분위기도 가라앉아 특판 출시 등 적극적 마케팅보다는 소비자보호 강화 등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는 모양새”라며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거나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나는 등 특별히 경기가 호전되는 계기가 마련되지 않은 한 특판 실종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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