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견을 수렴해 ‘동원 강제성 입증→총리 사죄→피해 배상’의 3단계 해법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외교부는 이런 로드맵에 따라 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2차 한일 국장급’ 회의에서 강하게 밀어붙일 방침이지만, 일본측이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어 간극을 좁힐지는 미지수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달 25일 직원 3명과 함께 위안부 피해 할머니 10명이 머물고 있는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2시간 동안 간담회를 가졌다. 4월16일 열린 1차 국장급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이달 15일 열릴 2차 회의에 대비한 전략을 짜기 위해서였다. 헌법재판소가 2011년 8월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라’고 판결한 뒤 외교부 당국자가 피해 할머니들을 찾아가 의견을 나눈 것은 처음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측이 위안부 동원 강제성을 철저히 부인해 1차 회의에서 진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본측은 심지어 “위안부들이 취업하러 간 것 아니냐”는 망언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국자는 또 중국 지린성 기록보관소가 3월말 위안부 강제동원 편지 등 관련 기록을 공개한 사실을 소개한 뒤, 2차 회의에서는 중국과의 공조를 통해 일본을 압박하겠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특히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입증하는 데 최우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동원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 검증작업을 6월중 마무리하기로 밝힌 만큼, 사전 기선 제압을 위한 우리 정부의 포석으로도 읽힌다.
외교부 설명에 대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우리가 우선적으로 원하는 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죄하는 것이며, 이를 근거로 피해 보상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할머니들은 또 “1995년 일본 정부가 아시아여성기금을 만든 뒤 총리 개인 명의 편지와 함께 1인당 수천만원 규모 지원금을 일부 피해자에게 뭍밑으로 전달했던 방식은 안 된다”며 일본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측이 위안부 동원 강제성을 인정하도록 관철시킨 뒤, 할머니들의 요구도 반드시 수용토록 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사료를 통해 위안부 동원 강제성을 입증하면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까지는 아니더라도 총리 사죄를 근거로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배상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할머니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협상을 마무리 짓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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