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노력으로 한국의 기업환경평가(Doing Business) 순위가 2007년 세계 30위에서 지난해 7위로 뛰어오르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13일 열린 ‘2014 세계은행 기업환경개선 국제회의’에서 자랑스럽게 정부의 규제·제도를 개혁한 결과 한국이 국제기구가 인정하는 기업 하기 좋은 나라가 됐다고 밝혔다. 세계은행(WB)이 해마다 발표하는 ‘기업환경평가’는 189개국에서 기업이 창업부터 퇴출까지 겪는 규제를 조사한 것으로 국가간 규제개혁 성적표로 쓰인다.
그런데 우리나라 규제개혁 성적은 다른 기관 평가에선 크게 떨어진다. WB 기업환경평가 말고도 세계경제포럼(WEF)의 ‘국제경쟁력 지수’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제경쟁력 순위’가 있는데, 이 두 기관에서 발표한 한국 지난해 순위는 각각 25, 22위였다. 조사대상 국가는 WEF(148개)와 IMD(60개) 모두 WB보다 적지만 소득수준이 한국보다 높거나 비슷한 나라는 대부분 조사대상에 포함된다.
LG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의 WEF와 IMD 평가 순위가 낮은 이유에 대해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이 법 개정에만 치우쳐 있는 반면 불합리한 관행적 규제는 여전해 기업이 실질적으로 규제개혁 성과를 못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정부 제도차원의 규제개혁을 수치화하는 WB 평가에서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기업의 의견을 반영해 실제 경영환경을 고려하는 WEF, IMD 평가에서는 저조한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WB 평가는 규제 수준을 창업ㆍ재산권 등록 소요시간, 건축인허가 비용 등 10개 부문을 수치화해 평가하기 때문에 법을 바꾸면 성과가 즉시 나타난다. 문병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WB 평가를 의식해 회사를 창업하거나 부채를 정리하기 쉽도록 상법과 도산법을 고쳐왔다”고 설명했다.
반면 WEF와 IMD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순위를 정한다. 객관성이 부족한 것은 단점이지만 기업이 실제 느끼는 체감 규제는 WB 평가보다 더 잘 반영된다. 문 연구원은 “독일은 안전ㆍ환경 관련 규제가 엄격한 탓에 WB 순위는 21위에 그쳤지만, 규제를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게 운영하고 있어 WEF와 IMD 순위는 4, 9위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결국 규제개혁의 성공은 법을 고치는 데 그쳐서는 안되고 기업이 실제 겪는 부패와 불합리한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 연구원은 “3개 기관 지표 모두에서 한국 순위는 비교적 높은 편”이라면서도 “정부의 규제개혁이 단순이 규제철폐에 그치지 말고 규제개선, 더 나은 규제를 만들고 불합리한 관행을 고쳐나가는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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