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없는 세계에서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인간이 재배하는 1,500종의 작물 중 30%는 꿀벌이나 곤충의 가루받이가 필요하다.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만 보면 71%가 꿀벌에 수정을 의존하고 있다. 꿀벌이 사라지면 농산물의 양과 종류가 그만큼 줄어들고 인류는 당장 식량부족에 직면하게 된다.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극단적 비유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유럽과 미국에선 ‘꿀벌 실종사건’이 이미 현실적 위협이 되고 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06년에 비해 꿀벌이 40%감소했고, 유럽은 1985년에 비해 25%가 줄었다. 특히 영국은 2010년 이후 45%의 꿀벌이 사라졌다. 잦은 이동과 밀집사육, 바이러스 감염, 농약중독 등이 군집붕괴현상의 원인으로 꼽힌다. 유럽은 살충제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지난해 12월부터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이 함유된 농약을 2년간 한시적으로 사용 금지시켰다. 한국은 6종의 살충제에 대해‘봄부터 꽃이 완전히 질 때까지’사용하지 말도록 경고문구를 강화했다.
국내에선 2010년 ‘낭충봉아부패병’으로 토종벌이 75%나 감소하는 피해를 입었다. 아직까지 꿀벌의 군집붕괴현상은 없었지만 농약으로 인한 피해는 현실화하고 있다. 천안배원예농협은 16년 전부터 배꽃 인공수분 작업을 지원해오고 있다. 올해도 연인원 2,500명의 자원봉사자가 이 작업을 도왔다. 농약살포로 벌이 사라진 자리를 ‘인간 벌’이 메우는 셈이다. 2008년 안동대 조사에 따르면 꿀벌이 국내 농작물 수분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는 16개 과수 채소류에서 약 6조원으로 평가된다. 그린피스는 전세계적으로 꿀벌의 수분가치를 2,650억 유로, 우리 돈으로 370조가 넘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농진청은 올 하반기에 학계와 공동으로 기후변화와 환경오염·농약사용이 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에 착수할 계획이다.
"도시양봉은 생태계 살리는 길"
'어반비즈서울' 박진 대표
서울 한복판 명동에는 사람보다 벌이 많다. 명동 유네스코빌딩 옥상에는 5개 벌통에 약 10만 마리의 벌이 꿀을 모으고 있다. 한 마리가 하루 40~50차례 벌통을 드나드는 것을 감안하면 명동 유동인구의 10배 수준이다. 어반비즈서울(Urban Bees Seoul) 박진(32)대표는 2년 전 남들이 부러워하는 공기업을 퇴사하고 도시양봉사업에 뛰어들었다. 귀농의 꿈을 갖고 도시농업에 관심을 기울이다 꿀벌의 가치에 눈뜨게 됐다. 올해는 명동유네스코회관을 비롯해 한강 노들텃밭, 은평구 갈현텃밭 등 서울시내 7곳에 벌통을 설치했다. 장기적으로는 50곳까지 확장할 계획으로 교육생도 모집 중이다. 박 대표에게 도시양봉은 생계수단 이상의 의미다.“벌이 살수 있는 환경이라야 사람도 살 수 있습니다. 도시양봉은 생태계를 살리고 도시와 자연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길입니다”
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그래픽=강준구기자 wldms4619@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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