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회장으로 확인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유씨의 장남 대균(44)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씨를 이번 주 안에 소환 조사할 예정이며, 소환에 불응할 경우 바로 체포에 나설 방침이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대균씨가 12일 소환 통보 시간인 오전 10시를 지나서도 나타나지 않자 “유대균씨는 이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서 국민적 의혹이 큰 점을 감안해 사법절차에 협조해야 할 것”이라며 “만약 불출석 등 협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수사팀 주임검사인 정순신 부장검사는 대균씨와 유씨를 직접 만나 소환 일정을 조율한다는 명목으로 이날 오후 3시 금수원을 방문했으나 정문에서 경비원에게 저지 당했다. 금수원은 유씨가 설립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본거지다. 수사팀은 정문에서 금수원 관계자들에게 “영장을 발부 받지는 않았고 (유병언) 회장과 만나 수사 일정을 협의하기 위해 찾아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수원 관계자는 “금수원에서 회장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고, 검찰은 15분 만에 철수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유씨 일가는 변호인을 통해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으나 수사가 본격화하자 태도를 바꿨다. 장남 대균씨뿐 아니라 해외에 머물고 있는 차남 혁기(42)씨, 장녀 섬나(48)씨도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다. 유씨의 최측근인 김혜경(52) 한국제약 대표, 김필배(76) 문진미디어 대표도 해외에 체류하며 소환에 불응했다. 검찰은 이들 4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 받고 여권 무효화 등 강제소환 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검찰은 유씨도 소환에 불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한차례 소환을 통보하고 응하지 않으면 바로 체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씨는 계열사 자금을 컨설팅비, 사진구입비 명목으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빼돌려 1,0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배임ㆍ횡령ㆍ탈세 등)를 받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해외 거주 유씨 자녀들이 종교적 박해를 이유로 망명을 신청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법원에 유씨 사건과 관련된 영장을 청구하면 대부분 발부되는 분위기”라며 “이런 상황에서 미리 소환에 응해 조사에 협조할 경우 사법처리 시기만 앞당기는 셈이란 게 유씨 일가의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천=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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