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가 있는 경기 안산 고잔1동에서 15년째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55)씨는 요즘 월세(100만원)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하루 매출이 70만~80만원에서 40만원 아래로 곤두박질 쳤기 때문이다. 소비침체로 과일은 물론, 개당 300원 남짓인 오이, 양파 등 식재료도 전혀 팔리지 않는다. 그는 “이번 달 월세는 과자를 덜 들여와 남은 돈으로 메웠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했다.
슈퍼마켓 인근에서 숯불구이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54)씨는 50만원 이상이던 하루 매상이 세월호 사고 이후 절반 아래로 떨어지자 최근 소셜커머스 업체와 제휴를 맺었다. 그는 “4만8,000원인 대구찜 가오리찜을 3만6,000원에 팔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잘 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사고 이틀 전까지 양파 껍질을 벗기는 등 주방에서 아르바이트로 일손을 돕던 단원고 남학생이 변을 당해 “세월호 사고가 남의 일 같지 않다”는 김씨는 “영세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도 절실한데 이웃의 자녀들이 희생돼 힘든 처지라고 말도 못 꺼내고 있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나흘째인 지난달 20일 정부는 경기 안산과 전남 진도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했지만 혜택이 피해 당사자에게만 국한돼 간접피해를 겪는 소상공인들은 사고 발생 3주가 지나도록 발만 구르고 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매출 하락이 뚜렷하지만 오해를 살까 내색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4월 16일) 이전과 이후 보름 동안 전국 요식업종의 신용카드 승인액 증가율은 12.7%에서 7.3%로 둔화됐고, 매출 감소는 안산에서 특히 심각한 상황이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해당 지역은 재해 구호와 복구에 필요한 행정ㆍ재정ㆍ세제 등의 특별 지원을 받는다. 구호 작업과 복구ㆍ보상비용은 중앙정부가 지원하고, 유가족 어민 등 피해 주민에게는 재산세ㆍ취득세ㆍ등록세 등의 세금 감면과 납세 유예, 고등학생 학자금 등 생계지원비가 보조된다.
하지만 간접피해를 겪는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책은 부가가치세 신고ㆍ납부 기한을 7월 25일까지 3개월 미룬 것 말고는 없다. 앞서 11일 긴급민생대책회의에선 소상공인 정책자금 1,000억원 중 100억원을 안산과 진도에 우선배정(연리 3%)하기로 했지만 직접 지원이 아니어서 한계가 있다. 12일 경기 안산 중앙역 인근 한 속옷가게에서 만난 점장 최모(48ㆍ여)씨는 “세월호 유가족에게 비할 바는 아니지만 경기침체로 지역 소상공인들 모두 피해를 입고 있다.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 7조원 이상을 집행한다면서 정작 생활고를 겪는 안산의 영세사업자를 위한 대책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재난으로 인한 간접피해를 어디까지 보상해야 하는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관계자는 “특별재난지역 지정만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어려운 만큼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국립방재연구소장을 지낸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도 “세월호 사고 전후로 부가가치세 신고액의 변화 등을 따져 소상공인의 경제적 손해가 얼마인지 정확히 파악한 후 적게라도 피해규모에 따라 보상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산=김기중기자 k2j@hk.co.kr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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